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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Jul 16. 2021

마켓 리서치

Ep.7: 마켓 리서치


다음날 학교에서 아침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필립은 친구들에게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어제 생각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검증해 볼 생각이었다. 마침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몇몇 모여있었다.


“어이, 오랜만이야!”

“어? 김필립, 웬일이냐? 먼저 말을 다 걸고?”

“필쓰 사람 됐누. 맨날 찌뿌둥한 얼굴로 돌아다니더니 먼저 인사도 하네.”

“야, 내가 또 언제 그렇게 인사도 안 하고 그랬다고.”

“자, 자. 이 형님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너의 고민을 다 해결하실 지어니 마음 놓고 다 풀어놔 보거라…”


김필립과 친구 셋은 시덥지 않은 농담을 나누며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적당히 마치고, 김필립은 어제 생각했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슬쩍 꺼냈다.


“그러니까, 운동을 하면서 사고 싶은 게 있냐 이 말이잖아?”

“꼭 사고 싶은 것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면 이런 게 개선됐으면 좋겠다든가, 이런 건 아쉽다든가 그런 거 말이지.”

“글쎄, 난 축구 하니까 축구화 사려나? 그런데 뭐, 지금 있는 것도 괜찮다고. 이번에 아디다스에서 새로 나온 게 있긴 하던데 말이야.”

“오, 그런데 왜 안 사?”

“비싸서 못 사지, 안 사긴 왜 안 사냐. 깔깔. 그거, 신발에 양말 같은 게 달려있어서 되게 멋있어 보이긴 하던데. 발을 잡아준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오지게 비싸다고.”

“야, 그러면 만약에 그거랑 똑같이 생겼고 기능도 같은데 싸. 대신 처음 보는 브랜드야. 살 거야?”

“야, 듣보잡 축구화를 어떻게 신냐. 내가 사회적 지위라는 게 있고 말이야, 팀 내의 지위라는 게 있고 말이야,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신 분인데.”

“팬들의 기대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그런데 진태 놈 말이 맞는 게, 나도 헬스장 다니는데 그냥 평범한 면티 입거든. 언더아머 같은 거나 나이키 운동복 입는 형님들 많아서 사고 싶긴 한데, 학생이 돈이 어딨어. 그렇다고 그냥 마트에서 파는 운동복은 입기 싫더라고. 아재 같잖아.”

“너 아재야 인마. 좀 있으면 졸업하는 놈이 어린 척 오지시고요.”

“야, 잠깐만. 그러니까 기능이나 디자인이나 뭐 이런 거 완전히 똑같아도 모르는 브랜드면 안 산다는 거야?”

“하, 이 친구. 자기 친구 명품남으로 드리블 해가는 실력 보소. 야,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명품만 사는 갑부집 아들내미 같다?”

“아니, 그런데 솔직히 제대로 된 메이커 아니면 쪽팔리잖아. 안 그러냐? 그리고 신발 같은 건 아무거나 신고 운동하다간 까딱하면 다친다고.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제발!”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시 농담으로 넘어가는 동안 김필립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이게 아라 누나가 말하던 보이지 않는 이득이라는 건가. 스타일이나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거기서 오는 신뢰 같은 거로군. 거꾸로 브랜드가 없는 상품은 믿기 힘든 상품이라는 리스크가 따라붙으니, 그건 보이지 않는 비용 같은 게 있는 건가...’


“야, 정신 차려. 다음 수업 10분 남았다. 너 수업 없냐?”


또다시 왁자지껄하며 강의동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김필립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아무래도 여기서 무언가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른 고객을 좀 만나볼 필요가 있겠어. 김필립은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음에 누구를 불러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알고 지내던 여자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때마침 학교에 같이 있던 두 명의 후배가 커피를 사준다는 말에 금방 달려왔다.


“웬일이래요, 필 선배가? 먼저 연락을 다하지 않나, 커피를 사주지 않나.”

“왜 도원이한테만 연락해요? 완전. 나 도원이랑 같이 안 있었으면 커피도 못 얻어 마셨겠네.”

“갑자기 웬 견제? 나희, 너 그런 거야? 오케이 확인~.”

“얘들아. 내가 조사를 할 게 있어서 잠깐 뭣 좀 물어보려고 부른 거야. 마케팅 쪽인데...”

“무슨 또 조사? 조사 안 했으면 커피도 못 얻어 마셨겠네.”

“선배 마케팅 수업 들어요? 경영학 부전공이에요? 왜 몰래 들어요? 나도 경영학 할까 하고 있는데.”

“아니, 그러니까 수업 듣는 거 아니고, 아 좀 진정 좀 해봐!”


한참 동안 2학년생 후배들의 재잘거림을 받아주고 나서야 김필립은 패션과 운동복 이야기로 말을 돌릴 수 있었다.


“글쎄, 옷이야 브랜드 그렇게 신경 안 쓰지 않나? 가방도 아니고. 근데 진짜 이뻐야지.”

“딱 맘에 안 들면 아무래도 손이 안 가지.”

“뭔가 이런 게 있으면 사겠다든가, 이런 게 아쉽다든가 뭐 그런 건 없어?”

“글쎄요. 옷은 워낙 많잖아요. 아, 내 맘에 드는 옷들만 딱 모아둔 데가 있어서 그런데만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면 진짜 행복할 거 같은데.”

“그렇지 않냐? 완전 다 돌아다녔는데 맘에 안 들면 완전 짜증나.”


원하는 것만 모아 둔 매장이라. 그러고 보니 편집샵이 그런거로군. 김필립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러한 ‘소비자의 니즈’가 현실에서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생각했다. 스타일난다, 무신사 같은 온라인 패션 회사들도 저런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생겨났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하면 어떨라나. 일단 생각을 접어두고 김필립은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너희들 운동 같은 건 안 해?”

“어휴, 운동해서 살 빼야죠. 홈트 한다고요, 매일 홈트. 도원이는 몸매 만든다고 요가한대~요.”

“아우 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냥 해보는 거예요. 잘 못해요. 아이, 정말.”

“아니... 너희들 그러면 요가하거나 홈트 할 때 뭔가 필요하거나 맘에 안 들거나 하는 거 없어?”

“글쎄요. 뭐가 있지?”

“난 하나 있긴 한데...”

“뭔데, 뭔데?”

“아니 왜, 요가복. 완전 쫙 붙잖아.”

“응. 그렇지, 그렇지.”

“그거, 좀 너무 부담스럽지 않냐?”

“그런데 그렇게 붙는 거 아니면 불편하지 않아?”

“그래도. 되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옷은 막 쫙 붙고 그래서. 안 그래도 여기저기 창피한데 옷만 완전 프로고. 거기다 막 노출 장난 아니잖아.”

“아, 나 그거 완전 알아. 완전 옆에 사람들 선수급으로 하는데, 똑같은 옷 입고 완전 어설프니까 더 못하는 거 티 나고, 비교되고.”

“엉, 맞아. 초급자용 옷 같은 거 없냐? 막 아줌마들처럼 집에서 입는 옷 입고 가기도 싫고.”

“아. 그러니까, 못하는데 옷이 너무 프로 같아서 창피한 거야?”

“네. 뭐 그런 셈이죠.”

“그러면 브랜드 같은 건 상관없는 거야? 그냥 이쁘고 너무 붙지만 않고 편하고 그러면?”

“요가복에 원래 브랜드가 있나?”

“아, 나 그거 알아, 요새 왜 룰라키윈가, 오렌진가 그거. 되게 유명하다던데?”

“아, 그거 완전 비싸잖아. 편하긴 하다더라.”

“그런데 그것도 쫙 붙는 거 똑같아. 나중에 잘하게 되면 사야지.”

“그러니까 뭐 나이키나 그런 데서 나온 요가복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거야?”

“나이키 옷 이쁜가?”

“나이키는요, 뭔가 입으면 막 100미터 10초에 뛰어야 될 거 같고 그래서 부담스러워요. 너무 운동하는 티 내는 거 같아.”

“아하하 맞아, 맞아.”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성별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긴 운동의 종류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건가. 김필립은 요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후배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꽤 많은 소득이 있었어.


“필 선배, 다음엔 꼭 고기 사주세요!”


여전히 까르륵 거리는 후배들을 뒤로하고 김필립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오늘 깨달은 것을 얼른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여기저기 메시지도 돌려봐야 했다.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어. 조바심이 나는 마음과 달리 상쾌한 쾌감이 느껴졌다. 




마켓 리서치의 종류

마켓 리서치, 즉 시장조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시장 조사를 수행하는 목적에 따라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설문조사 같은 형태의 리서치부터 시작해서, 쿠팡 등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 표본집단을 특정하여 구매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뎁스 인터뷰(Depth Interview)와 같이 몇몇의 작은 표본집단을 모아서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는 방법, 또는 실제 매장 혹은 실제 매장과 똑같은 임시매장을 차려놓고 표본집단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설문조사나 구매패턴 조사는 숫자로 결과가 딱 떨어지는 정량적(Quantitative) 리서치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리서치는 어떠한 비즈니스 가설을 세워두고 이것이 맞는지를 확인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더욱 강한 탄산이 들어있는 탄산수를 선호할 것이다’라는 가정을 세우고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인터뷰 혹은 매장에서의 행동 관찰 같은 방식의 조사는 정성적(Qualitative) 리서치라고 합니다. 이러한 리서치는 비즈니스 가설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을 경우, 가설 자체를 설정하기 위해서 수행하거나, 혹은 정량적으로 가설을 검증한 후에 ‘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강력한 탄산을 왜 좋아합니까?’라는 방식이지요.  

본문에서 김필립 씨가 자기도 모르게 실시한 마켓 리서치는 일종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입니다. 보통 현업에서 이러한 리서치를 수행할 경우에는 전문적인 리서치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서치 전문 에이전시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를 수행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나, 표본 선정의 합리성, 질문하는 방식이나 질문의 선정 등, 프로페셔널이 제대로 감수하지 않으면 자칫 왜곡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업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는 종종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김필립 씨의 자체적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가 어떻게 사용될지, 마케팅 전문가인 장아라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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