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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CindyKim Aug 30. 2021

똑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인생의 닮은 꼴, 서핑(surfing)

그 파도는 딱 한번! 내가 인생에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파도이기에, 최선을 다해 타보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서핑(surfing)은 심장 뛰는 인생과 닮은꼴이란 생각이 든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바다에 나갔을 때, 

따사로운 햇살에 적당한 바람까지 불어, 연속적인 파도가 일어주는 눈부신 바다를 만날 수도 있고,

하늘은 맑고 햇볕도 뜨거운데,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 한점 불지 않아 파도를 구경하지 못하는 때도 있고, 

뭔가 비도 내릴 것 같고, 찌뿌둥한 날씨가 적절한 파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실제로는 파도가 없을 때가 있고, 

최악의 경우엔 태풍이 휘몰아쳐 우리 인간을 거부하는 때도 있다.

인생이 한 번이듯, 그날 온 그 파도도 부서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오늘도 나는 내가 만난 그 파도를 즐겁게 타는 서퍼가 된다. 




서핑하면 생각나는 ‘Surfing USA'의 시작은 ‘If everybody had an ocean across the USA, then everybody'd be surfing like California (미국을 가로질러 모든 이들이 바다를 접할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이 캘리포니아에서처럼 서핑을 즐기겠지.)'이다.

비치보이스의 리더인 브라이언 윌슨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서핑 같은 건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깊이 생각하고 끝없이 상상하는 힘의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비치보이스가 햇살과 파도와 금발의 미녀, 그리고 스포츠카에 대한 극도의 천진난만한 노래를 불러 남부 캘리포니아 신화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도 생각나는 홍콩의 여름.

패들링의 스피드와 타이밍,

파도를 골라내는 눈과 테이크 오프..

어떤 것이 좋은 파도인지 고르기 위해 기다리기도 하지만, 파도는 그때마다 달리 오기에, 우리는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할 뿐이다.




파도는 개개인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마치 인생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을 때처럼..

어떤 사람에겐  그것이 즐기기 위한 오락이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 파도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기도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파도가 올 때, 그것을 즐기거나 그것에 함몰되는 것,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모두 개인의 몫이다. 파도를 즐기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보드를 준비하고, 패들링 연습을 하며, 바다와 교감을 하는 서퍼들..

그리고 절대 잊지 않는 앨런 위즈베커의 말,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으니 조심하게.

세상에는 꼭 좋기만 하거나, 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났고, 우리를 한 지역에 묶어 두었으며, 제대로 된 모임이나 사회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지구의 대기 오염은 많이 개선됐다고 하며, 내 옆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지금 오는 파도가 한 번이듯, 오늘 이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은 우리 인생에 가장 젊은 날. 

파도를 고르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각자의 자리에서 그 파도를 즐기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본다.

겸손하게..자유롭게..


<홍콩의 란타우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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