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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CindyKim Jul 19. 2021

시간의 주인

바쁘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 광둥어 그리고 한국어..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조금은 소란스럽게 열리는 하루 업무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이고 즐거운 도전이다.

어느 순간 그 모든 언어는 하나의 언어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자기 자리를 찾아 순조롭게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나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도 된 듯, 화음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는 매일의 그 성취감이 좋아서, 잠시의 분주함은 잊어버린다.

바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바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도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한 방법이므로..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음악을 들으며, 신규 개발 건 ai file을 리뷰하며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은 나에게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고 싶어지게 하는 충만한 아이디어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방안 가득 그윽하게 퍼지는 예가체프의 원두 향이 눈 앞에서 말을 건넨다.

내게 열정은 언제나 '낯설게 하기'를 통한 '꾸준한 도전'이다.

아무리 오래 한 일이라고 해도 자만하기 시작하는 순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게 되고, 제자리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새 바닥에 내려와 있다..

꾸준히 걸어야 제자리, 더 높은 곳을 가려면 바쁘게 뛰어줘야 하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나카무라 미쓰루의 말처럼 인생은 곱셈이기에, 아무리 찬스가 와도 내가 준비돼 있지 않고 제로(0)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기에, 하루하루를 내실 있게 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란콰이퐁 사거리의 BTS 옥외광고>

몇 년 전 서울대 이정동 교수님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을 방문해 특강 해주신 적이 있었다. 

축적(蓄積)과 퇴적(堆積)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축적은  지식이나 경험을 몸소 쌓아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 퇴적은 한자 그대로 堆 (쌓을 퇴) 積 (쌓을 적), 즉 세월의 흐름으로 쌓이는 지식을 의미한다.

나는 축적하는 인간인가? 퇴적하는 인간인가?

'변하려면 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는데,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남들이 하지 못한 시행착오의 경험을 오래도록 축적할수록, 그래서 그 분야에서 초절정 고수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열어갈 힘이 커진다. - p. 109 (축적의 길)

겉으로 볼 때는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어떤 리더인지, 어떤 직원인지 자문하고 선택할 일이다.

<중국의 고속 전철 내부>

코로나 19로 인해 자주 중국 본토에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중국의 AI 기술이나, 얼굴 인식, 이커머스, 생활가전의 발전 속도가 엄청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이 시간 축적의 대가였다면, 중국은 아마도 공간 축적의 대가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고속 전철의 경우에도, 후발 주자로서 그 부족한 시간을 엄청난 자금력과 스케일로 커버해서, 남들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25,000km가 넘는 세계 최장의 고속 철길을 만들면서 선진국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시행착오의 결과를 단숨에 넘어섰고, 201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사업을 수주했고, 2017년 말에는 중국과 태국을 연결하는 중국형 고속철도 건설이 착공됐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해 적자는 심각하지만, 세계 경제 어디든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실제 티켓 사진 - 중국 내 이동 시에도 신분증 필수 지참>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왜 돈을 버느냐고 묻었을 때, 나는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무엇이 돈의 노예냐고 반문했을 때,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 돈의 노예라고 말했었다.

가진 자산이 얼마건 더 갖고 싶어서, 자신의 가족과 보낼 시간을 포기해 버린다면, 그 순간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어차피 니체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 누구든 자기 하루의 3분의 2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고. 정치인이든, 사업가든, 학자든, 관리인이든 말이다.

어차피 돈이 액수는 주관적이어서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남을 평가할 이유도 없다.


시간의 주인이 되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두고 볼 수 있고, 믿어주고 지켜볼 수 있고, 내버려 둘 수 있는 태도만으로도 너무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가 있다.

누구나 삶이 지칠 때는 자신만의 안식처, 케렌시아(Querencia)를 찾아가 편안히 쉴 수 있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온전한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일이다.


<윌리엄 텔 1930 / 살바도르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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