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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버틴 육아, 꿈으로 나아가며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by 글쓰는 맘


어른의 행복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은 말은 “살기 위해서”라는 표현이었다.

책을 통해 살아내기 위해, 삶을 버티기 위해 애쓰는 30대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세대가 겪는 고단함을 읽어 내려가며, 어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흔이 넘은 나 역시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

마흔쯤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어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직도 삶을 잘 모르겠다.

요즘은 두 아이가 조금씩 커가고 스스로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재취업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오십을 앞두고 재취업을 위해 이렇게 간절히 공부하게 될지 몰랐다.


마흔일곱에 재취업은 쉽지 않다.

육아만 하던 경력 단절 아줌마의 재취업도 정말 ‘눈물 반 두려움 반’이다.


우리나라의 ‘전쟁 같은 취업난’은 육아를 통해 경단녀가 된 아줌마에게도 혹독하다.

집에서 애나 보지 갑자기 나와서 설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매년 희망퇴직에 떨면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게 가족이 된 도리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30대 친구들의 직장생활과 삶의 힘듦을 읽고 있으니 함께 살아가는 우리 세상의 혹독한 현실에 깊은 이해와 공감이 든다.



이제 와서 뒤돌아보니 나 또한 빡빡한 내 삶에만 매달려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던 거 같다.

그렇게 발버둥 치며 내 살길에 바쁘게 살다 보니 요즘 세대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의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처럼. 앞만 보지 말고 옆도 좀 보고 살라는 말이 가슴에 남으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러니 이담에 키가 훌쩍 자라도 너무 높은 곳만 보고 살지는 말어. 너는 위, 아래가 아니라 앞, 뒤를 보고 사는 거야. 네가 살아온 거, 그리고 살아갈 거. 그렇게 눈을 돌려야 보이더라고. 내 인생에도 이쁜 것이 참 많았다는 게.” -p188

저자의 할머니 말씀처럼 삶은 “위, 아래가 아니라 앞, 뒤를 보고 사는 거”라는 조언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혼자서 열심히 달려오다가 오십이 가까워지면서 ‘아차! 옆을 안 봤네.’ 이제야 주변을 좀 살핀다.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까먹은 마흔이 넘은 어른이 삼십 대 청년의 글을 읽으며 순간 창피해졌다.

오십을 앞둔 아줌마가 변명을 늘어놓자면, 내가 자라 온 세상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익숙한 시대였다. 시대를 탓하는 건 창피한 변명이지만, 고성장 시대의 끄트머리에서 어른들은 늘 앞만 보고 달리라는 말을 해주셨다.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일해라.’ 늘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잘하는 거라고 칭찬받았다.

작가의 할머니처럼 옆도 보라고 알려준 지혜로운 어른이 없었던 거 같다.

내가 자란 어린 시절이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 빠르게 성장해 버리는 고성장 시대를 살아내면서 앞만 보는 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좀 변한 거 같다.

조용한 행복을 아는 어른이 인정받는 시대에 와있으니 말이다.


천천히 걸어도 된다는 말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70년대생이지만, 그래도 걸음을 늦추고 옆도 좀 보려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떠올려 본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나는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늘 감사하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귀여운 것들이 스트레스를 없앤다는 부분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고양이든 수달이든 아이든 캐릭터든. 뭐든 좋으니 귀여움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경직된 내 마음을 녹이는 그 작은 것들을 찾아가자. 귀여움은 모든 것을 이겨버리니까. 스트레스마저도” -p233

작가 태수님은 고양이의 귀여움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두 아이가 내 삶을 위로하는 그런 존재다.

두 아이를 육아한 13년의 세월은.

다시 돌아가기 싫을 만큼 정신과 육체가 힘들었지만 함께 울고 웃으며 지켜준 가족에게 감사하다.

육아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작가 태수님이 어른의 조용한 행복은.

“삶에 지치면 특별한 날보다 아무 일 없는 주말이 더 좋아진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이 많아진 삶이 아니라, 불행이 줄어든 삶이다.”라고 말한다.


태수님이 말하는 조용한 행복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아무 일 없는 주말.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나가는 산책.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면서 조용한 행복을 느낀다.


이제 나도 소소한 행복을 찾아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내 삶에 익숙해지고 있나 보다.




책을 덮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요즘처럼 상처받기 쉬운 사회에서 따뜻한 위로를 전달하는 책이다.

세상에는 참 따뜻한 것들이 많다.

비록 저자의 말처럼 과거보다는 따뜻함이 많이 줄고 경쟁과 질투가 더 많아졌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더 다정하고 따뜻한 것들이 많아질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내 인생은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고, 생각보다 행복하다.” -p280

어른이 된 내 삶에 조용하게 행복한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해 준 작가 태수님의 책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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