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 작은 손길이 주는 큰 힘

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이야기

by 조여사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저는 스물여덟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살 터울인 둘째는 제가 서른에 태어났죠. 지금 이십 대 친구들을 보면 마냥 애들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는 아이들의 엄마로 책임을 지고 있으니 그저 어른인 줄 알았습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저는 산후조리원 대신 도우미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저희 어머니는 일을 하고 계셨고, 내향인인터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산후조리원이 조금 부담스러웠거든요. 첫 아이 때 집으로 와주신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서는 60대의 베테랑이셨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저를 딸처럼 챙겨주셨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저는 편식도 있고 먹는 행위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저를 보며 아주머니는 "산모가 그렇게 적게 먹으면 어떻게 하냐"며 매번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셨죠. 그런데 저는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고구마튀김을 잘 먹는 것을 보시고는, 그 귀찮은 튀김을 종종 만들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보 엄마 아빠인 저희 부부에게 갓난아기를 키우는데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셨습니다. 이년 후 둘째를 낳았을 때 다시 아주머니를 모시려 했지만, 나이가 많아 은퇴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도우미를 쓸 것인지, 어린이집에 보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마음이 맞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사정이 생겨 갑자기 그만두실 경우 굉장히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어린이집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출산휴가 3개월 후 복직해야 했기 때문에, 임신 중기부터 어린이집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희 동네에는 이렇게 어린 아가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없었습니다. 결국 자동차로 20분이 걸리는 동네에서 겨우 한 곳을 찾을 수 있었죠. 알고 보니 아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선생님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아 봐야 2~3명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아직 엄마가 누군지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기를 맡기면서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생후 2개월부터 보내기 시작했어요. 다행히도 이렇게 찾은 어린이집에 아가는 잘 적응했습니다. 당시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과 직접 저희 아기를 맡으셨던 선생님 두 분 모두 저희 아기들을 너무 예뻐하셔서 첫째는 종종 퇴근하고 찾으러 가면 선생님하고 더 있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회사를 다녀서 엄마도 못 알아보는 건가 너무 서운했지만, 곧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엄마보다 더 살뜰히 사랑으로 챙겨주시는 분들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남편은 7시에 집에서 나가 밤 12시에야 돌아오는 생활을 했습니다. 한 달에 3주는 출장을 다녔고요. 하지만 첫째가 태어난 후에는, 손목이 안 좋은 저를 대신해서 목욕은 꼭 본인이 시켜주었습니다. 늦어도 9시까지는 퇴근해서 부랴부랴 아기의 목욕을 시키고, 한 시간은 안아줘야 겨우 잠이 드는 첫째를 재우고, 새벽 모유 수유를 꺼내면 옆에서 기다렸다가 트림을 시켜주는 게 남편의 역할이었습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시기의 저에게 남편이 해준 육아는 그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 됐습니다. 맞벌이 육아에서 아빠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경험한 시간이었죠.


돌아보면 육아는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산후 도우미 아주머니의 따뜻한 손길, 어린이집 선생님의 세심한 보살핌, 그리고 남편의 작은 도움이 모여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때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최선을 다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든 작든,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몸소 경험했으니까요.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사랑과 책임, 헌신하고 실망하지 않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