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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군분투

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by 조여사

2003년에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이후로 벌써 22년이 흘렀습니다. 두 아이를 낳은 후, 이 아이들을 무사히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간이 흘러 첫째는 무사히 성인이 되었습니다. 첫째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제가 그려왔던 인생의 한 챕터가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워킹맘들에게, 엄마가 그렇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각자의 몫을 하며 잘 클 것이라는 작은 위로와 응원을 드리고 싶어 이 브런치 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북을 연재하기 위해서는 20개가량의 목차를 먼저 적어두어야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이번 주의 제목을 받아 들고는 어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은데 쉽사리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네요.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할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 매일 아침 아이들을 챙겨 어린이집에 들여다 놓고 출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어린아이들을 떼어놓고 일을 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남편과 함께 벌기 때문에 이 정도의 삶을 누릴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직장과 가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열심히 뛰어야 하는 하루하루는 마치 두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직장에서는 마음 한편에 아이들 걱정이 한가득 하면서도 티 내지 않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업무를 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일터에서는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동시에 집에서도 엄마로서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버겁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양육에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 전적으로 지우고, 엄마 노릇을 훌륭히 해내야만 제대로 된 엄마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화내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정성 들인 엄마표 식단으로 삼시 세 끼를 만들고,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게 엄마표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완벽한 엄마라는 프레임에 나를 가두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과연 어떤 사람이 회사를 다니며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까 싶지만, 이상하게도 당시에는 이렇게 해야 좋은 엄마라는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면서, 가끔은 나라는 사람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엄마로서의 내가 존재하고, 회사에서는 회사원으로서의 내가 존재하지만 진짜 나는 언제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곤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면,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더 이상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요. 엄마라는 껍질, 회사원이라는 껍질, 아내라는 껍질을 벗고 나라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요.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돌보며 노력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하니, 그 자체로 완전하고 소중한 존재니까요. 회사와 가정, 아이들도 돌보는 사이에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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