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직장에서 일 처리를 하면서도 머릿속 한편에는 아이들 걱정이 떠나질 않고, 퇴근 후엔 또 다른 일터인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해내야 하죠.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만, 가끔은 벅차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많습니다. 마치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워킹맘인지라 한정된 시간 안에 해야 할 리스트는 끝도 없습니다. 매일의 해야 할 리스트를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다른 엄마들은 잘하는데 나만 힘든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아니 자주 있습니다. 현재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할수록 나는 왜 이모양일까 자책만 늘어가고 스트레스가 점점 더 늘어갔습니다.
매일의 일상을 감당하기 힘들어만 하던 어느 날 감정을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찬찬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지금 힘들구나" "이 상황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도 힘드니 이해해 달라고 입을 떼자,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이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위한 10분 정도는 낼 수 있죠. 짧은 시간이지만 이 10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의 리듬이 달라집니다. 커피 한 잔을 조용히 마시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처음에는 따로 시간을 빼기 어려워 우선 아침 출근 시간을 활용해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출퇴근 운전을 할 때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 아이들에게도 친절한 엄마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근해서는 제 자리 컴퓨터를 켜고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저는 손으로 꼼지락 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퀼트도 하고 싶고, 뜨개질도 하고 싶고, 재봉질도 하고 싶고, 아이들이 어릴 땐 하고 싶은 취미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퀼트도 뜨개질도 재봉질도 어린아이들이 곁에 있을 때는 위험한 물건도 많고 집중이 되지 않아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다행히도 둘째는 일찍 통잠을 자기 시작하여 아이들이 잠든 후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깨도 손목도 좋지 않아 이런 취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종종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지만, 스스로도 '좋은 엄마'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완벽한 엄마, 특히 워킹맘이 온전히 아이에게 시간을 쏟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옳은 일인 것일까 고민스러운 적도 많습니다. 집안일을 할 시간도 없는데 취미생활이라니 가당키라 한 걸까 라는 자책감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완벽한 워킹맘이란 존재할 수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일이 밀려도,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충실하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스트레스의 파도는 늘 몰려오지만, 우리가 그것에 휩쓸리지 않도록 작은 방법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감정을 인정하고, 작은 휴식을 만들고, 완벽함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오늘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