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워킹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늘 선택과 도전의 연속입니다. 한정된 시간과 주어진 자원 안에서 직장에서는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가정에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차가운 평가의 잣대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죠.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흔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게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여성 선배가 거의 없었고, 스스로도 아이를 키우며 언제까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어린이집에 들어갔을 때,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매 시기마다 고비와 고민이 한가득이었지만 어찌어찌 버티다 보니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저는 가늘고 길게 회사 생활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승진도 했죠.
그렇다고 해서 직장 생활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때, 그런 고민 끝에 TESOL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혹시라도 퇴사하게 된다면 영어 강사로도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으로 수료했고, 덤으로 기수 장까지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하나의 가능성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PHR(미국 인사관리사) 공부도 시작했지만, 시험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전산회계 공부를 하기도 했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해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정의 일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고, 몇 년간 우울감을 겪기도 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회사 밖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서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하며 부수입을 창출하기 시작했고,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대학생과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 코칭 자격증을 땄고, 생애설계 컨설팅 과정과 직업심리검사 해석 과정도 수료했습니다. 2022년에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전직지원상담전문가 교육을 수료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대학교에서 첫 취업 특강을 진행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때부터는 단순히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에는 비즈니스 코칭 수업을 수료하고 커리어 코치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재경관리사 자격증 공부도 했지만 끝내 완주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실패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새로운 도전을 계획했습니. 작년에는 회사 생활과 자기 계발을 균형 있게 가져가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6개월간 서강 SHAPE 과정을 수강하고, CMA 자격증 공부도 했습니다. 그리고 50대 이후를 위해 은퇴설계 전문가 과정과 AFPK 자격증 취득도 고려 중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회사일에 가정일에 자기 계발까지 하는 저를 보며, 남편은 뭐 하러 그렇게 쓸데없이 힘을 쓰냐며 직장과 가정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종종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만하면 되었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걱정 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만들어가고 있는 삶이 싫지 않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시선과 관계없이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워킹맘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겠죠.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경력 단절 없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이 되어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사회가 가끔 차가운 시선을 보내더라도, 스스로를 믿는 한 길을 잃지 않을 거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미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