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어느 지친 오후, 회사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아이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엄마, 길가에 꽃이 너무 예쁘게 폈으니 한 번 봐봐요!"
한동안 우울감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었습니다. 예쁜 꽃이라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꽃구경 가고 싶다"라고고 했던 걸, 아이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나 봅니다. 평일이라 나들이를 갈 수 없어 아쉬워하던 엄마를 기억하고는, 하굣길에 길가에 핀 꽃을 보고 전화해 준 것이었죠. 그 순간, 마음이 먹먹해져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난 20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수많은 순간을 지나왔습니다. 가끔은 지쳐서 주저앉고 싶었고, 때로는 ‘나는 좋은 엄마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주변의 따뜻한 지지였습니다.
워킹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역시 가족입니다. 남편의 작은 배려,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한마디.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할 때 남편이 조용히 아이들을 챙기던 순간들, 피곤에 지쳐 있을 때 친정엄마가 아무 말 없이 반찬을 챙겨 주던 날들, 그리고 아이들이 주는 감동의 순간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지지의 힘은 작지 않습니다. 집안일로 힘들어할 때, 눈치채고 무슨 일이냐 다정하게 물어주며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줄 때, 동료들이 이해해 주며 업무를 나누어줄 때, 그 작은 공감들이 큰 힘이 됩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어제 야근했는데, 아이가 울어서 너무 속상했어"라고 털어놓으면, "맞아, 그럴 때 너무 힘들지"라고 공감해 주는 한마디가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우리 이렇게 잘하고 있어!"라고 다독일 수 있는 존재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직장인도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믿는 것.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지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요.
워킹맘으로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나 자신까지, 우리를 지탱해 주는 따뜻한 지지들이 있고, 그 지지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혹시 오늘 하루 힘든 순간이 있었다면,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해 보는 것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또 다른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