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만으로 마흔 여섯.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화들짝 내 나이를 인식하게 되었다죠. 그게 벌써 7년 전, 서른 아홉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크고 몇 년 있으면 독립하게 될 텐데 그 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은퇴 후에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만 기다리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에도 회사의 여직원 중 가장 나이도 많고 직급이 높은 직원이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23년차이니 그럴만 하죠. 스물 다섯 때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서른, 마흔이 될 때까지 같은 회사를 다니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영부영 마흔살이 지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오십도 머지 않았습니다. 마흔이 되어서도 회사에서 나의 효용성이 있을까 고민하던 저는, 오십이 되어서도 회사에서 나의 효용성이 있을까 고민하는 마흔 여섯살이 되었네요.
마흔살이 되어서는 만약 나이가 많다고 회사에서 쫒겨나게 되면 사무직으로 회사만 다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많아 회사에서 쫒겨난 걸테니 이직은 힘들테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그런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2 ~ 3년간 고민만 하다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기로.
제일 먼저 한 것은 내 마음 바꾸기. 40살 되면 회사를 그만둬야지, 45살이 되면 회사를 관둬야지. 매년 기간을 늘려가며 되뇌었던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내가 회사에 필요한 존재일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마침 승진이 되었거든요. 승진을 기회로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두번째로는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보았습니다. 은퇴 후의 삶을 두려워하기만 했지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게 무엇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구요.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나니 가장 먼저 고민되는 것은 생활비. 은퇴 후의 원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방면으로 내 그릇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의 나, 회사 밖에서의 나, 그리고 노후 자금 이 세가지를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뭐라도 해보자고 시작한 후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예전처럼 그렇게 불안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회사는 잘 다니고 있고, 지금 당장 회사에서 쫒겨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아직은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차곡차곡 노후 자금도 모으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