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자매갈비전골
일반적인 음식 재료가 지역의 향토성과 결합하며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담은 메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부산 남포동의 <바다집>이라는 식당의 대표 메뉴는 <수중전골>인데, 좀 더 큰 카테고리상으로는 해물전골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부산만의 색채가 더해져 새롭고 독창적인 별도 메뉴로 자리 잡게 된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이다.
전주의 물갈비 역시 국물을 자작하게 끓여낸 짜글이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전주 특산물이자 전주 팔미(八美) 중 하나인 <콩나물>이 들어가며 갈비전골 혹은 물갈비라 불리는 향토 음식이 되었다.
전주 물갈비와 비슷한 음식을 태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광부들이 탄광에서 퇴근 후 얼큰한 국물 안주로 즐겼던 <물닭갈비>가 바로 그렇다. 춘천식 닭볶음과 홍천식 닭찜의 중간 형태로 닭고기, 고구마, 부추와 떡, 쫄면과 라면사리 등에 육수를 붓고 끓여 국물이 자작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의 수중전골, 전주의 물갈비, 태백의 물닭갈비의 공통점은 국물이 있는 요리라는 것이다. 국물이 있는 요리는 구이 조리법에 비해 탈 염려가 없으므로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식사보다 호흡이 긴 술자리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결국 서민들이 고단한 하루를 뱉어내며 먹던 술안주라는 특색이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울의 돼지갈비 식당 대부분이 갈비 대신 목살을 양념에 재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전주 물갈비는 오로지 뼈가 붙어있는 갈비 부위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문한 식당은 전주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자매갈비전골>이다.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여 돼지갈비에 콩나물, 버섯 등 각종 야채와 당면을 넣고 끓인다. 이 집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 오래 끓여 질겨질 수도 있는 식감을 방지하기 위해 주문한 분량 대비 조리 시간이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빨간 양념 국물이 자칫 매워 보이지만, 구워 먹는 돼지고기보다 맛이 담백하며, 국물은 맵다는 느낌보다는 얼큰하고 시원한 쪽에 가깝다. 맛있는 전골 요리의 화룡점정은 언제나 그렇듯 볶음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