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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06. 2024

18화. 폭염(暴炎)

한숲 일기 / 에세이

  올해는 이른 폭염에 밤에도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방송에서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쓴 지도 오래된 것 같다. 사계절이 분명해서 겨울에는 혹한(酷寒)으로 온몸을 감싸고 다녔고, 여름에는 혹서(酷暑)로 얼음 장사가 잘되었고, 봄·가을에는 나들이하기에 좋았던 시절도 이제는 한여름 밤의 꿈이 되었다. 재난 문자에 ‘극한 호우’라는 처음 들어보는 폭우 상황을 접하면서, 다가오는 폭염은 ‘극한 혹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것 같다. 


  아파트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산들로 밤에는 산꼭대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으로 뜨거워진 건물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열린 창문으로 밤의 냄새가 나는 바람의 향내를 맡으면서 잠이 들곤 한다. 가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들려오는 반려견들이 짖는 소리가 폭염 때문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시 아침부터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으로 집안은 열기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오른 전기 요금 때문에 에어컨은 점잖게 잠을 자고, 애꿎은 선풍기만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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