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아파트의 놀이터 하면 어릴 적 살았던 아파트의 코끼리 미끄럼틀이 생각난다. 50년이 훨씬 지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어린이 놀이터란 개념이 없을 때였다. 거대한 코끼리의 등에서 내려오는 미끄럼틀은 아파트 밖에도 소문이 나서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텃세와 어른들의 항의로 경비원들이 나서는 바람에 소동은 일단락되었지만, 거대했던 코끼리는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파트가 대단지화 되면서 어린이 놀이터와 주차장 그리고 잘 꾸며진 정원은 아파트의 상징이 되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자주 다녔던 놀이터는 다양한 대형 놀이시설이 생기면서 조금씩 뜸해졌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놀이터는 새로운 어린 주인들로 바뀌었고, 이제는 손주들 데리고 다니는 곳이 되었다. 주변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 때, 부모들은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먹을 것을 싸와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모습이 정겹다.
이곳의 아파트단지별 놀이터는 같은 건설회사가 시공해서인지 비슷하다. 큰 단지는 놀이터도 크지만,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작은 단지는 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고, 오롯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릴 적 놀이터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도 그들의 추억을 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