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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08. 2024

19화. 길냥이

한숲 일기 / 에세이

  개를 키워본 적은 있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다. 고양이에 대해서는 문외한(門外漢)이기도 하고, 관심도 없었다. 지인들 집에서 여러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개의 적극성에 비해서 고양이는 너무 자기 보호가 강하고, ‘깔끔을 떤다’라는 말이 생각나서인지 정이 가지 않았다. 사람마다 반려동물에 대해서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고양이는 좀 그랬다.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 와서 ‘길냥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에  1시간가량 산책하는 코스는 정해져 있다. 처음에는 앞만 보고 걸었는데, 조금씩 주변을 보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어느 날, 걷고 있는 앞으로 도로를 건너 산 쪽으로 달려가는 고양이를 보았다, 그 고양이를 따라가서 멈춘 곳, 고가 다리 밑에 새끼 고양이들이 보였다. 그곳에 밥그릇과 얇은 이불들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정기적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그들이 있을 수 있게 해 준 흔적이 보였다. 그들이 ‘길냥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파트 카페 방에 가끔 올라오는 길냥이 입양 안내를 보면서 산책에서 보았던 그들이 생각났다. 보통 반려견들과 산책을 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반려묘들과 산책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혹시 그들이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것은 고양이를 잘 모르는 기우(杞憂)였다. ‘길냥이’의 개체 수가 늘어난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와 함께 이곳에서 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행복한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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