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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13. 2024

20화. 무지개

한숲 일기 / 에세이 

  한숲에서 살면서 의아해한 것 중의 하나는 무지개를 자주 보는 것이다. 비 온 후, 하늘이 개면서 항상 무지개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무지개를 자주 본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그것도 쌍무지개를 보는 날이면 왠지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든다. 여름에는 이른 저녁에 산책해도 해를 볼 수 있다. 적은 비가 내려도 혹시나 해서 우산도 쓰지 않고 산책하러 나간다. 비가 멎으면서 가끔 무지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을 띠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무지개에 다른 색을 첨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라고 했다, 무지개가 모든 기상현상 중에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물과 빛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웅대한 리듬은 현란하고, 순간순간 바뀌는 변화가 오묘하다. 복잡하면서 단순한 색채의 현란함은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현상은 한숲 주변의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지개는 하늘과 지상 사이의 경계선에 걸쳐져서 나타나서 신과의 통신을 나타내는 특별한 상징으로 생각했다. 올림포스 산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꽃을 뜻하는 무지개의 신이 ‘이리스’ 여신이었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소식의 전달이다. 이리스 여신이 한숲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고 하는 징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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