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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숲 일기(9)

한숲 이야기 / 에세이

by 김창수

25. 캠핑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작지만, 산 밑에 캠핑장이 있다. 바로 집 앞이라 인기가 많아 전날 밤에 텐트를 쳐 놓은 곳도 보인다. 아이들은 캠핑장 앞에 있는 잔디에서 데리고 온 반려견과 공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반려견은 공을 던지면 달려가 점프를 하거나, 구르면서 공을 물고 와서 어린 주인에게 꼬리를 흔든다. 아이들은 그런 반려견에게 먹을 것을 준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캠핑을 자주 못 간 것이 후회가 된다.


캠핑광인 친구가 집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쉬었다 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아파트 단지 뒤로 가면 저수지가 있고, 조금 지나면 산 아래 큰 캠핑장이 있다. 그곳에는 말을 키우는 커다란 마사(馬舍)도 있다. 산에 둘러싸인 주변에 개천도 있어, 조용한 밤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고기를 구워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텐트에서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본다. 친구와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하면서 잠이 들었다.


도시생활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자연이다. 주말에 많은 차량과 사람들에 시달리면서도 다녔던 자연과의 즐거움은 고달픈 삶을 잊게 하는 활력소가 되었다. 아파트 주변의 자연과 어울리는 생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산이나 천 근방에 텐트를 쳐놓고 하루를 즐기는 삶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연과의 만남이 되었다. 캠핑은 어릴 적 아이들이 아닌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자주 다니고 싶다.


26. 그늘막

햇볕이 뜨거워지면서 거리에는 사람들의 통행이 줄었다. 그들은 어디선가 더위를 피해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거나, 냉방기 또는 선풍기 옆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것이다. 간혹 보이는 여자들은 양산을 편 채 걸어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어느 날 커다란 파라솔이 하나씩 등장했다. 산책로에 있는 벤치에 설치가 되어 산책하면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에도 펴지기 시작하면서, 신호를 기다리며 땀을 닦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이 농촌이라 군데군데 그늘막이 보인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에 그늘막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점심때가 되면 아낙네가 커다란 음식 보따리를 들고 온다. 국수 한 그릇을 시원한 국물에 말아서 김치와 나물 반찬을 곁들여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맛있는 음식을 가져온 아내와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얼굴에는 ‘더위야 가라.’고 쓰여 있는 것 같다. 산 밑으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늘막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신나서 뛰어나온다. 실내에서 있다가 갑자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자, 신호등 밑에 있는 그늘막으로 몰려온다. 그들의 얼굴은 밝아 보인다. 집에 가면 엄마가 시원하고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지. 빨간불이 파란 불로 바뀌자, 아이들은 꽉 차 있던 그늘막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달려간다. 그늘막이 갑자기 썰렁해진다. 곧 누군가에 의해서 그늘막은 다시 채워질 것이다.


27. 버스정류장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든 간에 움직이려면 개인차로 다니지 않는다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곳이 버스정류장이다. 집이 역세권이라면 전철역을 이용하면 될 것이고, 버스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교통에는 별문제가 없다. 아파트 단지가 불행히도 역세권이 아니라, 항상 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간다. 처음 아파트 단지가 생겼을 때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많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어느 방향의 전철역으로든 가는 버스가 있어서 편하다.


한국 전철 역사는 전철 1호선이 개통된 이후로 이제 반세기로 접어들었다. 주로 서울 중심으로 지하철이 생기다가 이제는 수도권 전철망을 구축하면서 버스 대신 대중교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버스는 주로 간선용이거나 아니면 위성도시와 서울을 잇는 광역버스로 확대가 되었다. 전철역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편의 시설을 갖추었다. 전철역은 사계절과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버스정류장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피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었다.


최근에 아파트 단지에 있던 버스정류장이 천지개벽을 했다. 버스 운행 정보는 물론이지만,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박스를 새로 만들었다. 그것도 냉·난방이 다 되는 시설로 보강이 된 것이다. 커피 한 잔 들고 가면 커피점이다. 아니 더 안락하다. 그동안 버스 도착 시간 맞춰서 뛰어나갔는데, 지금은 여유 있게 나가 정류장에서 핸드폰을 보며 기다린다. 버스 기사님이 문 열어주면, 박스에서 바로 버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논스톱 버스정류장이 되었다. 조금 있으면 드론 버스가 다닐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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