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책임감에 관하여

당신은 전문가인가요?

by 송기연

왜 디자이너라는 전문가가 존재해야 할까요?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전문가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효율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클라이언트도 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사전 전제가 필요합니다. 디자인이 필요할 때, 그 분야를 처음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공부하고, 대학 같은 교육기관에 가서 전공도 하면서 다양한 툴과 프로세스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도 하고 참여도 하면서 '디자인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쌓습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경륜이 쌓인 후 비로소 본인의 프로젝트 디자인을 합니다.



어떠세요? 대단히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바로 이것이 전문가를 찾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의 문제입니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를 대신해서 수행하는 것은 디자인 내용뿐만 아니라 "고민과 결정"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클라이언트나 디자이너나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질(Quality)은 아주 다릅니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고민의 깊이나 그 고민을 바라보는 결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전문가가 대신해주는 겁니다. 전문가는 본인 분야에 대해서 그럴만한 선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 고민에 대한 가치가 존중됩니다. 그 고민을 대신하고 난 뒤, 해야 할 일은 '디자인 결정(Design Decision)'입니다. 전문가의 가치는 결정에서 그 꽃을 피웁니다. 결정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힘든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디자인 결정은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해야 할 몫입니다. 그걸 클라이언트에게 미루는 것은 책임전가가 됩니다. 무수히 많은 시안을 들이밀며, 선택은 클라이언트의 몫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의 전형입니다. 자신감 없는 표현이고, 디자인의 가치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의 성공이 디자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디자인 외적으로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으면 그 왕관 무게만큼의 책임감도 필요합니다. 적어도 디자인 영역에서는 본인의 이름이나 조직의 이름을 걸 수 있을 정도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사실 당사자인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잘 모릅니다. 스스로의 양심인 것이지요. 자신하는 최종시안 하나 만드는 노력보다 들러리로 만드는 수십 개의 시안을 채워 넣는 것이 아주 쉽다는 것은 본인은 압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디자인 범위 내에서는 말이지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굳이 전문가에게 의뢰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의 최종 책임자는 부모입니다. 대학에서는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책임자입니다. 디자인 프로젝트에는 책임 디자이너가 최종적인 종착지입니다. 결과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의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어울리게 될 겁니다. 디자인의 의미에는 계획하는 것부터 진행과 결과, 그리고 책임까지 전 과정을 관장하는 힘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그런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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