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12월이 연말이면 1월과 2월은 연초가 된다. 사람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의례 몇 가지 결심을 한다. 그중 하나가 운동이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러닝 열풍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 열풍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마 새해가 되면 다시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 우리 크로스핏 박스에서도 새해, 개강 시즌이 되면 여러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한다. 내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이 프로모션 제목을 보고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이름하여, 인간개조 프로젝트.
체력향상이나 근력, 다이어트 등을 위한 집중 단기 내부 프로그램이다. 한 달 정도로 기간을 한정하고, 15명 정도 희망자를 받는다. 매일 운동을 하는 내부 회원이나 혹은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회원도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WOD와는 다른 관리가 들어간다. 식단이나 별도의 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멘털을 잡을 수 있는 코치들의 별도 관리도 포함된다.
성인들의 건강한 운동놀이터.
이게 우리 크로스핏 박스의 캐치프레이즈다. 즐기기 위한 운동, 건강을 위한 운동, 친목을 위한 운동 등 운동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목표가 있는 사람도 있다. 짧은 시간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단기간에 체력이나 근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 의지가 약해서 특별한 동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동일한 목적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는 식단이나 운동에 대한 정보도 서로 공유한다.
누구나 운동을 하는 목표는 서로 다르다.
인간개조 프로젝트는 다이어트, 근력증가, 체력향상, 바디프로필 등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각자 목표에 따라 성별, 나이, 기본체력 및 근력에 맞게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물론, 나는 이런 프로그램에 별도로 참여할만한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아침마다 크로스핏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인간개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주위를 둘러보면 특별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이가 50대 중반 정도가 되면서 등산, 야구, 축구 등을 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그걸 하던 사람이다. 나처럼 50대가 넘어서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나는 별도로 인간개조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인간개조가 됐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내 몸(?), 특히 관절을 걱정해 주던 많은 동기나 지인들은 하나같이 디스크나 체력저하를 고민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드웨어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쓰지 않던 컴퓨터는 1년만 지나면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쓰지 않는 몸은 근육과 체력이 나이 들수록 급속하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해서 그나마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숨만 좀 헐떡이면 되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 EP.08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직장인이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등의 제목으로 많이 회자되는 내용이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는다. 운동을 시작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니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니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https://youtu.be/WcTV_lZZPqI?si=xHtqNBXuTEpx8qAZ
"인간개조"라는 표현은 과격하다.
하지만, 과격한 수준으로 자신을 다그쳐야 삶이 변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딱 그렇다. 게으르고 내성적이며 부정적 성향은 운동을 하면서 개조가 되어가고 있다.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살아가야 한다. 운동으로 얻은 체력 덕분에 나는 늘 하고 싶은 새로운 일들이 가득하다. 새로 시작한 러닝, 일본어 공부, 글쓰기, 강의, SNS, 연극 연기 등에 대한 관심은 운동으로 인해 늘어난 체력 덕분이다. 특별한 목적으로 인간개조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운동 자체에서 삶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삶을 개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