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인 듯 가족 아닌 사람들

by 쁘띠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내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던 질문이었고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정에 대한 상처가 있어서 시댁과는 새로운 가족을 잘 만들어 가고 싶었던 것이 그저 내 욕심이었을까. 주변 조금만 둘러봐도 화목하고 시댁과 잘 지내는 며느리도 많던데 나한테 그런 운명은 없는 건가. 아쉽기도 하고 누구도 원망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원망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 비빔밥을 오늘도 먹는 듯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더욱 적나라게 겪은 시댁과의 모든 사소한 일들 그 속에 느꼈던 내 널뛰는 감정들을 나는 더 이상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고 그럴 그릇도 안된다고 스스로 판단이 되었다. 아, 나는 좋은 며느리는 못되겠구나. 넓은 마음으로 그들의 모든 것들을 그저 용납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그들도 안 바뀌지만 나도 마찬가지 었다. 바뀔 생각도 그다지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러기도 쉽지 않고 이제는 그럴 마음조차 없다. 마음이 떠나버린 것이다. 한 번 마음이 떠나면 끝이다.


시누이는 입버릇처럼 내게 말한 것이 있다. 자기는 한 번 끝이면 완전히 끝이라고, 동생도 그런 스타일이라고.

그런데 틀렸다.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정말 그런 사람을 아직까지 못 봤다. 어쨌든 피로 엮인 사람들은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남편은 그녀와 시부모님에게 핏줄이지만 나는 아니다 고로 남인 게 분명하다. 조카는 어쨌든 피 한 방울이라도 섞였다 생각이 되어 가족이지만 나는 아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야말로 한 번 마음이 무너지면 관계를 잘 끊어낸다. 나는 곁에 많은 사람을 두는 편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내 사람 한 두 명만 있어도 그만인 사람이라 다른 얕은 관계들은 그다지 크게 마음을 쏟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말이 없고 얌전한 것 같은 내가, 시누이보다 더 독한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편은 내가 더 독하다고 한다. 나는 내가 봐도 독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다만 겉으로 센 척하면서 자존심을 부리면서 그것들을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나는 아닌 것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거기서 거기인 , 사람인지라 나한테 잘하는 사람이 좋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에게 나도 친절을 베풀고 예의를 갖추게 되어있다. 그건 시댁 식구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시부모님이라 해도 내게 예의를 갖춰주시지 않는다면 나도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 나이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

이런 얘기들을 나는 언젠가 그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알게 된다 한들 달라질까? 부정적이지만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내가 그 모든 관계들을 끊어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부모의 마음을 배우고 이해하지만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다. 시대가 달라서 그런 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 줄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놓치는 사람들도 세상엔 많다. 며느리도 백년손님이지, 그저 식구가 아니다. 식구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선을 지켜줘야 한다. 시댁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불편할까 봐 조카 사랑 표현도 다 하지 않는 거고, 내가 불편할까 봐 연락도 적게 하는 거고, 내가 불편할까 봐 내가 불편할까 봐.. 그런데 정말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정말로 내가 불편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고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불편함을 내게 안겨주었다. 배려는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라고 느낄 때가 진정한 배려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개인의 기준에 맞춰 배려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진짜 배려가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아무리 새끼를 예쁘다고 해서 원치도 않는 것들을 해주며 사랑이라고 한들 자식이 그걸 사랑이라고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온전히 먼저 , 우선에 두고 생각할 줄 아는 어른으로 살고 싶고 그런 어른들이 내 주변에 많이 나타나주길 바란다. 이미 시댁과의 관계는 적당히 망가졌고 나는 이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그저 이대로 두고 싶을 뿐이다. 한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모든 시누이의 연락을 무시하고 끊어내니 그녀는 더 이상 내게 반응하지 않는다. 시어머니도 마찬가지이시다, 원래도 자주 연락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지금은 시부모님도 며느리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느끼셨을 거라 생각된다. 이것 또한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지 않고 조금만 내가 연락을 먼저 취해도 내가 다 괜찮아진 줄 알고 예전처럼 대할 거라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아서 나도 필요할 때에만 안부 인사를 드리고 있다. 그들이 감지를 했건 안 했건 내게는 이제 중요하지 않고, 나는 나의 소신대로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내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무한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삶 속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도 모자라다. 그 좋아하는 사람들 중 시댁 식구들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들은 꿋꿋하게 자존심으로 뭉쳐 자기 식구, 자기 손주만 아는 사람들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너무 강해 나를 언제나 찌른다. 나는 찔림을 당하면서까지 더 이상 내 인생을 망칠 수가 없다.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 일상 속의 행복함을 자주 찾고 느끼며 살고 싶다. 시간이 정말로 아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남편과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그것이 내 가족인 것이다. 우리 식구가 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다. 그런 소중한 나의 공간과 사람들을 또 나를 깨뜨리는 사람을 가까이 둘 수가 없다. 겉으로는 가족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시댁식구 그 누구와도 나는 가족이 아니다.


keyword
이전 09화시누이의 이야기 chapter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