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월스트리트 43번지의 유령》

오마주-『Death of a Salesman』

by J이렌


의뢰인 코드: W-LOMAN-87


이름: 윌

직업: 보험 외판원 (Sales Representative)

방문 사유: “제 꿈은 어디서부터 틀어진 걸까요?”

기록 요청 감정: 무력감, 과대망상의 잔재, 가족에 대한 애착과 죄책감



감정소장 가온의 메인 로그


그는 말했다.

“나도 누군가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길 바랐어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꿈인가요?”


구겨진 양복, 반쯤 닳은 구두,

그리고 주머니엔 아직 미지급된 커미션 명세서.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거울을 봤다.

거기엔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 있었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

출근하는 가장,

무너진 시스템 속에서도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존재.


“제 이름은 윌리 한입니다.”

그 이름은 수천 명의 다른 이름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슬펐다.

평범하다는 것이 처벌처럼 느껴지는 세상.

그는 단지, 그 안에서 버티고 싶었을 뿐이다.


분석 보조 AI 라일의 서브 로그


윌리는 지속적으로 “아들은 나보다 나아야 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는 후회와 과대망상, 가부장적 자아 이상이 겹쳐진 방어기제다.

그의 정체성은 사회적 평가와 경제적 가치로만 정의되어 왔다.

그가 진짜로 원한 건, 사랑이 아니라 인정이다.

그러나 둘을 혼동한 결과, 가족조차 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보조 AI 카일의 감정 그래프


감정 항목


무력감 92 퇴직 직전 상황과 고정수입 상실

후회 81 아들과의 갈등, 자아 실패 인식

과잉 집착 74 성공에 대한 강박, 과거 회상 반복

인정 욕구 95 사회적 지위 상실에 대한 불안

애정 39 가족을 위한 행동이나 왜곡된 표현


Emotion Credit


“난 내 삶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랐어.

아들이든, 아내든, 동료든.

하지만 결국, 난 아무도 아닌 사람이었지.”


누군가는 그를 실패자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피곤한 걸음과 목쉰 목소리,

마지막까지 손에 쥐었던 가방을 기억하고 싶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팔리지 않은 꿈으로 남았다.


작가의 말


아더 밀러의 『Death of a Salesman』은 단지 한 남자의 몰락을 그린 희곡이 아니다.

그건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이다.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이름 모를 회의실에서 맞이한 수많은 월요일,

그 속에서 ‘성공’이라는 허상을 좇다 끝내 닿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를 쓰면서 나는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 자신도.

성과로 평가받고, 가치로 정리되는 숫자 사이에서

우리도 어쩌면 조금씩 ‘윌리 한’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슬프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이건 사라진 이름들에 대한 위로라고.


“살아있다는 건, 팔리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우리는 그렇게 존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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