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보관소 – 현실 없는 낭만》

부제: “카드값은 쌓였고, 감정은 비워졌어요.”

by J이렌

오마주: 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봐리 부인』


감정 의뢰자: 정에마 / 38세 / 프리랜서 뷰티 칼럼니스트



감정 요청


“명품을 사면 하루쯤 살 만했어요.

새 립스틱을 바르면, 어제보다 괜찮은 내가 된 것 같았고요.

그런데 이상하죠…

택배 박스가 쌓일수록 마음은 더 휘청거렸어요.

기뻐야 하는데, 아무 감정도 안 나와요.

남편은 여전히 바쁘고, 아이는 울고 있고,

저는요…

그냥, 없어진 느낌이에요.”



로그 개요


정에마는 출산 후 5년간 경력 단절을 겪었다.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인이며, 그녀의 일을 ‘취미’로 취급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무관심한 대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감당할 대상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는 소비였다.

명품 가방, 백화점 한정판, 파운데이션 한 통에 담긴 위안.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아무리 물건을 사도 감정이 반응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 립스틱… 예쁘긴 한데, 내가 바르려고 산 거 맞나?”

그녀는 자신조차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감정 분석 결과


카일의 분석

“의뢰자는 반복된 무관심과 감정 대체 소비로 인해, 감정 인지 저하 증후군에 진입.

외부 자극에 감정을 ‘투영’하던 습관이 강화되며, 실제 감정과 감각 간의 연결이 단절됨.

‘나는 기뻐야 해’라는 명제만 남고, 실제 감정은 삭제됨.”


라일의 보조 기록

“의뢰자는 사랑받는 감정을 구매하거나,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고 있음.

그러나 감정은 획득이 아닌 공명이어야 하므로, 반복적 실패가 누적됨.

그녀는 감정 부재를 소비로 포장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가온의 로그 기록


가온은 정에마의 감정 로그를 열어보았다.

가장 활발한 감정 기록은 2020년 9월, 첫 명품 핸드백을 수령하던 날에 있었다.

그날, 그녀의 감정은 잠깐 빛났고, 동시에 꺼져갔다.


“드디어 나도 가질 수 있구나.”

그 짧은 기쁨 뒤에

“이걸 볼 사람은 누구지?”

“남편은 알아챌까?”

“그래도 난 오늘, 나였어.”


이 감정은 이후 **‘반복 소비 감정 무반응 자기부정’**이라는 순환 구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2025년 봄, 모든 감정 기록이 정지되었다.



감정 로그 상태


감정 기억 상태: 감정 미세반응 단절 / 감정 기록 재생 불가

현재 상태: 감정 기능 저하 / 자가 복원 실패 / 외부 공감 자극 필요



로그 메모


정의는 있었지만, 이해는 없었고

가족은 있었지만, 공감은 없었다.

그녀는 감정을 포장지에 싸서 버텼고,

결국 스스로도 감정을 느낄 자격이 없다고 믿게 되었다.



이모션 크레딧


“나를 위해 산 게 맞았을까.

그 많은 것 중,

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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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보봐리 부인』은 낭만을 갈망한 한 여성이

현실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가는 이야기입니다.

정에마는 오늘날의 보봐리입니다.

그녀는 사랑을 소비했고, 감정을 결제했으며, 결국 자신조차 거절당했습니다.


이 감정 로그는

화려한 포장지 속에 묻혀버린 감정의 진실을 복원하는 기록입니다.


그녀는 울지 않았지만,

그 감정은 분명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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