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6년 4월 5일은 일요일이었다.
늦잠 자는 딸을 집에 두고서, 나는 모처럼 활짝 갠 날씨에 햇살을 즐기려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을 나왔다.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기에 운동은 필수이기도 했다.
추운 지역에 뒤늦게 찾아온 봄을 벚꽃과 목련, 매화 등이 요란하게 알리고 있는 와중, 한쪽에 펼쳐진 허허벌판에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홀로 앙상한 자태는 일견 애처로웠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니 창공을 향한 가지 끝에 푸릇푸릇 새순이 돋아있었다.
귀가 후, 뇌리에 새겨진 그 잔상을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을 담아 손바닥만 한 종이 위에 그려 보았다. 실제 나무보다 생명력 있게 구현된 가지들이 불꽃처럼 일렁인다.
불꽃.
그처럼 뜨겁게 활활 태우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미적지근하게 마흔여덟 해를 보내고 말았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뭔가를 몸과 마음이 부서지도록 열심히 했으나, 방향이 틀려 있었다. 그 오류의 원인은 실로 복잡하고 다양했지만, 따지고 보니 뿌리는 불안에 있었다.
불안은 남은 수명이 길다는 낙관에서 비롯된다.
끝이 언제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지만, 비로소 그 속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벗어나자.
불안에 발목을 잡히는 사치를 부릴 만큼, 나는 젊지 않다.
2026년, 만으로 마흔여덟, 식목일에 공개 일기장을 개설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언제든 끝날 수 있는 이 그림일기는, 진정한 해방을 향한 여정의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