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빚은 오해

2026년 4월 7일 (맑음)

by Stella Lee

번데기인 줄 알았다.

굵직한 몸통에 솜털이 돋아 있는 모양새를 보니 필경 나방이 부화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그 나방이 해충이라면? 떼어내서 살처분해야 하지 않을까?


의식이 흐르고 흘러,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정체불명의 작은 생물을 죽일지 살릴지 고민하기에 이른 즈음 마트폰이 알려주기를, 번데기가 아니라 박주가리 열매란다.


나무에 딱 하나 매달려 있는 그 열매는 지난가을에 터져 씨를 뿌려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채로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한 모양이었다. 보송보송 나 있는 솜털은 씨에 달린 날개였다.


존재조차 몰랐고 실제로도 처음 보는 박주가리 열매... 도심에서 태어나 자라서 몰랐다는 건 핑계가 되지 않는다. 평생 식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이지.


만약 이 열매를 발견했을 때 검색 도구가 없었다면, 해로운 번데기를 뜯어 없애겠다고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지는 오해의 씨앗이다.


무언가를 판단하고 행동을 일으키기 전에는 꼭 재삼재사 확인해야 한다는 극히 당연한 상식을, 장 보러 가는 길에 한눈을 팔다가도 이처럼 곱씹게 되는 것이 인생의 묘미라 하겠다. 씹고 씹어도 끝없이 배어 나오는 단물과 같은 깨달음.


서울을 떠나 새 둥지를 튼 지방 소도시에서 새로운 봄 풍경을 발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혼이 윤택해지고 몸이 나아가는 것을 실감한다.


내년에 같은 곳을 지날 때는, 자기 역할을 다할 시기를 놓친 박주가리 열매가 남아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떤 오해도 받지 않기를.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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