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가 있던 어릴 적 집에 대한 그리움
그나마 행복했다고 느끼며 살던 엄마의 첫 집, 방 한 칸 월세방에서 자식 셋을 키우다 장만한 첫 집
엄마가 바라던 아들을 안방에서 출산한 집
내게도 그 집의 기억은 행복 이란 단어가 떠오르며 집안 구석구석 이 필름처럼 스쳐간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쪽으로 화단이 있고 오동나무, 앵두나무, 장미 철쭉, 나중엔 포도나무까지 키운 기억이 있다
방은 세 칸이었지만 방한칸 쪽은 마당 쪽으로 문이 따로 있고 부엌 같은 공간도 있고 이 쪽 방은 셋방을 주어 부부와 사내꼬마 와 한마당을 공유한 기억이 있고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에 어둠이 내려오면 화장실 가길 참다 참다 언니나 동생한테 무엇인가 걸고 다녀오곤 했다
"밖에 있지 가면 안돼, 진짜 가면 안돼"
시멘트 계단을 지나 옥상으로 연결된 철채계단을 오르면 뻥 뚫린 하늘과
네 아이의 빨래가 펄럭이며 춤추고 있었다.
마당과 옥상은 우리들의 놀이터로 더할 나위 없었다
안방 안에 있던 다락
온갖 잡동사니가 보물처럼 들어있던 쾌쾌하고 습한 느낌
가끔은 어른이 된 몸을 꾸겨 접어
들어가 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사십 대의 어느 날 에도 그 집이 그리웠나 보다.
삼십 대 어느 날 졸업했던 국민학교며 등교했던 길을 따라 앵두나무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리 넓던 운동장도 작아 보였고
다 낡아버려 허름해진 집을 보곤 맘이 슬퍼졌었다
땅만 바라보며 잰걸음으로 늦어버린 출근길을 걷고 있을 때,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새로 흰꽃잎이 날려든다
땅에 고정되었던 시선을 올려 꽃잎끝자락을 바라보니, 담벼락옆 살짝이 내밀고 나와있는 앵두나무 가지에서 꽃잎이 흩날린다.
봄이 왔지만 올봄엔 그 흔히 피는 개나리조차 본 적이 없는듯하다.
그만큼 메마르고 있는 나의 정서를 타박해야 하리만큼..... 그제야 나의 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어린이집 놀이터 모래 위에 민들레 한군락이 옹기종기 모여 노란 꽃잎을 뽐내고 있다.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예쁜 꽃을 피워내는 너희의 강인함을 생각하며 하늘 위를 바라보니 가로수길 은행잎에도 초록색 잎들이 몽글 거리며 올라오는 게 보인다.
오늘..... 하늘을,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해 준, 메마른 내 감성을 조금은 두드려 깨워준 앵두나무, 꽃잎새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유년기를 품고 살았던 나의 어릴 적 살던 집엔 커다란 앵두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봄이 오면 아름드리 흰뭉게 구름 두리둥실 떠 있듯 예쁜 그림이 되어주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함박눈이 되어 머리 위 꽃잎을 떨어뜨려주면 나무아래 서서 눈이온 다고 좋아라 펄쩍거리며 뛰놀던 꼬맹이적 내 모습이 보인다.
봄이 지나 꽃잎들이 떨어지고 나면 앙증맞게 새빨간 열매들이 다시 한번 꼬맹이를 설레게 한다. 담벼락 밖까지 손 내밀고 뻗어나간 가지엔 올망졸망 차암 빨갛디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론 입맛을 다시며 동네 아이들이 쭈욱 하늘 향해 머리를 쳐들고 팔을 뻗고 있다. 꼬맹이는 이 집이 내 집이며 앵두나무가 내 거라는 뿌듯함에 기세 등등 해진다. 소쿠리 가득 빨간 앵두를 담아 동네 아이들에게 한주먹씩 나눠주다 보면 꼬맹이는 우쭐우쭐 동네 대장이라도 된듯했다.
달달하며 새콤한 앵두, 작은 알맹이 속 씨앗을 오물오물 뱉어 흙속에고이 묻어본다.
또 다른 앵두나무가 자라기를 기대하며..... 앵두나무집 꼬맹이가 이젠 사십 줄에 든 중년이 되어 출근길 주택 담장밖에 살포시 내민 앵두나무 가지를 보며 날아든 앵두나무 꽃잎을 보며 하루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따듯함에 빠져본다.
몇 날이 몇 날이 지나다 보면 늘 다니던 출근길 이 길에도 빨간 앵두가 열리겠지!
담장밑에 서서 어릴 적 동네 아이들처럼 빨간 앵두를 바라보며 살짝 손 내밀어 보고 싶다.
햇살아래 더 선명해 보이는 앵두 한알을 잡아보려는 어린 시절의 꼬맹이로 돌아가서.....
친정집 앨범에서 찾아낸 앵두나무 사진
앵두가 가득 열려있는 나무 앞에 5살 어린 남동생과 셋방 살던 꼬마
몇 년 전 우연히 주소검색 을 하다 재개발 지역 경매물건이라고 뜬 어릴 적 집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옛 국민학교 자리는 50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행복한 추억이 깃든 집도 사라졌다
가슴속에 묻어야 할 나의 앵두나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