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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그리움

에뜨랑제 껌을 아시나요?

by 윤 슬 Feb 13.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리움

내 너를 찾기 위해 그리움을 품었다

그리움 은 피어나  영롱한 사랑이 되었지만

너와 나의 사랑은

차가운 겨울 바다의

하얀 물거품이 되어

올 수 없는  영원한 그리움으로

사라져만 간다



에뜨랑제 껌은 1980년대 판매되던 껌의 이름이다

같은 나이대를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실듯한데, 껌 종이에 이쁜 그림과 시, 좋은 글이  적혀있었고  자작시를 보내면

뽑아서 싣기도 해 주었다

저 당시  난 중학생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까진 학교에서 숙제로 일기를 쓰게 했었고 반항심 없던 나는 시키는 걸 거부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일기장을 걷어서 선생님께서 읽어보시고 페이지에  머라 머라 몇 줄 적어주시곤 했다

지금 시대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만


나는 끄적끄적 쓰는 걸 좋아했던 모양이다

중학생였던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본 적도 없고 사랑에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이성 간에 사랑은 뭔지 알 수도 없을 때였다


방학 때 언니 동생과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담요 속에서 읽었던 순정만화가

그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뿐

푸른 산호초 란  만화를 보고 적었던 글이었던 거 같다.

저 때의 그리움은 만화 속 주인공들의 세드 러브에 대한 아쉬움을 중학생이었던 나의 시선으로 읊었으리라

유치하지만 머라도 적어보려 했던 내가 기특해 보인다.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왔고, 일기를 꾸준히 썼었고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을 바꿔봐야겠단 생각에 적극적으로 친구도 사귀려고 나름 노력을 했던 거 같다.

공부도 열심히 해보려 단과반 학원도 다녔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아지진 않았고

그저 60여 명중에 중간에서 살짝 위 수준에서 머물기 일쑤였다.


소심하게 반항도 해보고 싶었고, 삐뚤어져보고 싶기도 했다.

한 번은 집을 나가보려고 가방에 을 쌓아뒀다가

엄마한테 바로 발각되어 가출은커녕 혼쭐만 난 적도 있었다.

가출이래 봤자 생각했던 건 친한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는 수준이었다.

날이 들이 간다는 롤러스케이트장에 몰래 갔다, 넘어져 바지가 찢어지는 바람에 , 하필 그날 언니의 바지를 몰래 꺼내 입고 나갔어서 두배로 혼났었고

거의 반 전체가 롤러장에 가는 바람에 깡마른 여자 담임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려 엎드려뻗쳐를 하고

흠씬 두들겨 맞기도 했다.

엄마에게 나한테도 좀 신경을 써달라고 했던 행동이 유치하게 저랬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순진무구 한 발상이었다.


중년인 나는 힘에 부치는 젊은 날을 보내었음에도 나이 들기 시작해 보니 십 대 시절이 그리워졌고, 초중고를 통틀어  처음 좋아했던 영어 선생님,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그리워졌고, 각자 살기 바빠 보기 힘들어진 친구, 헤어진 옛 연인이 잠깐씩 생각날 때도 있다.

그리움이 유독 많은 나는 때론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에둘러  맘 앓이를 할 때가 많다.

그들도 나를 생각하며 그리워할 때가 있을까?

그 많았던 인간관계들, 여러 직장, 학원, 모임 등으로 알게 되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도 무리에서 빠지게 되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거 같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정리될 거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리움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을 거 같다.

요즘 지인 부모님들의 부고 소식이 꽤나 많아졌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친정집에 들러 오래 지난 앨범을 뒤져보며 꼬마였던  우리들과 젊었던 엄마를 보자니  세월이 유수 같단 말이 딱 맞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지나간 것은 추억의 상자에 두고 가끔 꺼내 보도록 하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 또한 먼 훗날 따스한 기억이 되어  그리움으로  남을 거 같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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