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돈 안 되는 짓만 골라한다고 하나뿐인 남편한테 쿠사리를 얻어 먹고 살았다. 괜히 주눅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휴대폰으로 깨작깨작 글을 쓴다. 엄마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대놓고 말도 못 하고 숨어서 글 쓰는 짓이라니, 가끔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이번 소설도 즉흥적이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나이 정도만 정해놓고 바로 글쓰기로 들어갔다. 참 이상한 글쓰기 방식이지만, 그래도 글이 앞뒤가 맞게 써진다. 제목 구상까지 총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느 독자님이 탄탄한 구성, 사실감 있는 묘사라고 칭찬 비슷한 걸 해주시는 데, 뜨끔했다. 치밀하게 구성해놓고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내 최대의 약점이다.
글쓰기에서조차 구성 같은 것으로 미리 나의 상상력을 가두어두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날그날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나의 상상력과 감정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래야 글쓰기가 신이 나고 재밌다. 이렇게 건성건성 누워서 글 쓰는 걸 독자님들이 보신다면, 기가 막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제로서 구독자 스물여덟이 되었다. <How long?> 연재를 시작할 때, 독하게 마음먹고 야한 소설 한 번 써보자 다짐했었다. 나는 어디까지 야하게 쓸 수 있을까? 독자들은 나의 소설을 읽으며 어디까지 자극받아 야한 상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말초적인 질문이고 도전이었다.
<How long?>은 제목에서부터 조금 문제화되었다. 여러 가지 복합된 해석을 겨냥하여 의식적으로 선택한 제목이긴 하지만, 많은 독자님들은 단편적인 해석을 하는 경향들이 짙었다. 그래서 더 작가로서 재밌기도 했었다.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는 언제쯤 떳떳하게 가족들 앞에서 작가라고 밝힐 수 있을까? 일단 글로써 수익구조가 형성돼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도 어설프게 말고 탄탄하게. 과연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것도 How long으로 시작하는 의문문이다. 인생의 많은 질문들이 How long 으로 시작한다.
치밀하게 미리 구성하지 못하는 나의 약점을 극복해야겠다. 치열하게 고민해서 완벽한 구상을 할 줄 아는 작가가 되면, 돈이 좀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테이블 위에 태블릿이라도 열어놓고 글을 쓰면, 나의 치밀하지 못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지, 치밀하지 못한 약점을 몰래 극복한 후 잘 나가는 글을 써서 작가라고 당당히 밝힌 뒤에 태블릿을 열고 글을 써야겠지? 어느 게 먼저가 될지 나도 모르겠다.
누군가 물었다. 어떻게 매일 글을 올리느냐고. 써놨다가 올리느냐고. 아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는 상상력과 대입되는 감정으로 글을 쓴다. 빨리 쓰고 빨리 일상을 수행한다.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는 상상력과 감정의 원산지, 그 이름은 열정이다. 나이 많다고 무시하지 마라, 어설픈 젊음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아줌마에게 있다.
가족들에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이 길로 들어섰다.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