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by 도라지

늙어가는 일은 참 불편한 일이다. 코로나로 계절 학기 수업마저 집에서 온라인 수강하고 있는 작은 아들이 아침부터 엄마를 찾는다. 제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 있는지 봐달라는 요청이다.


기말시험도 끝났겠다, 모처럼 초등학교 친구들과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려고 어제 저녁 어망을 사러 갔다가, 어망 손잡이의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부분에 긁혔다고 했다. 단순히 긁힌 줄로만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자꾸만 그 부위가 아픈 모양이었다.


나를 닮아서 겁도 많고 섬세한 둘째 녀석은 헬스 트레이너처럼 상체 근육만 빵빵하게 키워놓아서 덩치가 장난 아니다. 하체 운동은 소홀히 하면서도 상체만 저렇게 키워놓은 데는, 다 그 녀석만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술 취한 상태에서 고딩들한테 당했던 슬픈 역사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 가족들은 짐작하고 있는 중이다.


복어마냥 쎄 보이는 척 한껏 상체만 부풀어 오른 녀석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제 엄지손가락을 내 얼굴 앞에 들이 미는데, 도대체가 시야가 어릿어릿하여 가시가 박힌 건지 긁힌 자국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십수 년 전에 라식 수술을 했던 데다 이제 노안까지 겹쳐서 바늘 구멍에 실 꿰는 일도 쉽지 않은데, 손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시의 행방을 한참 동안 찾지 못하고 아들 녀석의 손가락만 주물러대고 있는 나를 향해, 녀석이 가시가 아니라 긁혔던 것 같다며 손을 접어 내린다. 엄니가 늙어버린 것을 알아챈 표정이다.


"엄마 친구들은 몇 년 전부터 노안이래. 그래도 엄마는 늦게 온 편이야. 이따가 눈 밝은 친구한테 손가락 한번 보여줘 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멘트를 날리며, 녀석의 복어 같은 등판을 한번 두드려주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작은 아들이 아쿠아슈즈며 구명조끼까지 꼼꼼하게 챙겨 여행을 떠나고, 나이트 근무를 하고 온 간호사 큰아들은 조용히 취침에 들었다.


청바지에 다크 네이비 여름 마이를 코디해서 입고는, 젊어 보인다는 마누라 칭찬에 콧노래를 부르며 나이 든 남편은 출근을 한다.


늙어가는 나는 믹스 커피 한잔 타서 아파트 거실에서 바라다보이는 공원 나무들을 멀리 응시해본다. 나중에 손주들 손에 가시라도 빼주려면, 부지런히 눈 운동이라도 해두어야겠다.


(2021년 6월 25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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