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두 바구니

by 도라지

문의에 가면 "부부농장"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거기는 메인 요리가 고추장 삼겹살이지만, 나는 그 집의 된장찌개와 시래기밥을 더 좋아한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하는 집이다 보니, 주변 동네마저 익숙하다.


그 집을 갈 때마다 언제부턴가 내가 챙기는 것이 있다.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 지폐다.


워낙 손님이 많은 집이라서 성질 급한 나는 식당 앞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뛰어들어가 대기번호 접수 기계로 향한다. 카톡으로 대기번호를 받고 나서, 길게는 30~40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기다리는 데 익숙한 우리 부부는 대기 시간에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보곤 한다.


우리 순서가 되어 늘 그렇듯이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꼭 식당 앞 작은 나무 그늘에 앉아계신 할머니 두 분을 마주치곤 한다. 그분들이 거기 앉아계신 것은 아마도 우리가 그 식당에 도착하기 전부터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참으로 이상한 것은, 식사 전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신 것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접수번호 받고 대기 명단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몇 번째로 들어갈 수 있는지 이런 거에만 급급하지, 할머니들이 길거리에서 무엇을 팔고 계시는지에 대해선 무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배가 부르고 나면 영락없이 나무 밑에 앉아계신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들은 어떤 날엔 둘이었다가 어느 날은 셋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둘일 때가 많다.


작은 소쿠리에 파는 물건도 늘 두 분이 똑같거나 비슷하다. 어떤 날엘 콩도 팔고, 또 어떤 날엔 채소도 팔고 고구마도 판다. 며칠 전엔 직접 캐셨다면서 냉이를 가지고 나와서 팔고 계셨다.


나는 식당에 오기 이틀 전에 한적한 야산에서 냉이를 한 바구니 캤다. 할머니들이 팔고 계신 건 양식 재배된 냉이를 어느 가게에서 사 온 듯 보였다. 그래도 나는 냉이가 좋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가격을 물어본다.


계절마다 할머니 소쿠리를 비워드려도, 할머니들은 여전히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이다. 냉이 두 바구니에 오천 원, 한 바구니에 삼천 원이라고 하시며, 한 할머니가 "내 거 두 바구니 다 갖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엊그제 캐온 냉이가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는데, 두 할머니의 냉이 4 바구니 만원 어치는 우리 집 냉장고에게 과한 게 분명하다.


두 할머니의 냉이를 고르게 한 바구니씩 사는데, "내 거 두 바구니 오천 원에 다 갖고 가"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가 고개를 돌리신다. 뭔가 심사가 편치 않은 듯한 표정이시다. 두 바구니에 오천 원이면 살 수 있는 걸, 육천 원을 쓰면서 다른 할머니 것까지 사주는 게 못마땅한 눈치셨다.


집에 돌아와서 할머니들 냉이부터 씻어서 된장 고추장 조금씩 넣고 냉이무침을 했다. 엊그제 내가 캐온 냉이는 뿌리에 흙이 있어서 저대로 며칠은 더 냉장고에 보관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다. 올봄엔 냉이에 지친다는 아들 녀석 입맛을 사로잡을만한 특별한 냉이 레시피라도 따로 공부해야겠다.


(2021년 3월 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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