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 림의 탄생 9

(태풍 속 보라카이 여행기)

by 도라지

뭐? 비행기가 떠났다고? 아연실색해 있는 우리들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쟈니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셔도 비행기 티켓팅을 언제 다시 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우선 식사부터 하시고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아드릴 테니, 일단 거기로 가셔서 쉬고 계시는 게 어떨까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티켓팅도 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결국 불안한 예감대로였다. 버스 안에서 줄곧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남자의 말이 맞았다. 나는 얼른 사태를 파악하고, 스카이스캐너를 열어본다. 여기 칼리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직항은 어려울 거 같았다. 마닐라를 경유해서 가거나, 세부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편을 검색해 본다.


버스 뒤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내 옆으로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다른 데로 돌아서 가시게요?"


"네, 마닐라나 세부를 알아보는 중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도 그들 부부도 그렇게 하는 편이 낫겠다면서, 다시 내게 물었다.


"항공권은 어느 사이트에서 알아보시는 건가요?"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우리 팀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쟈니의 말도 믿을 수 없고, 여기 현지업체 대표라도 불러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린이집 원장 가운데 제법 몸집이 있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말한다.


"우리 팀은 어찌 됐든 끝까지 함께 움직이는 걸로 하죠~"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스카이스캐너를 뒤적거리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무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내가 휴대폰을 집어넣자, 나와 타도시 경유 항공권을 상의했던 부부도 슬며시 무리와 행동하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본 듯했다.


원장님 일행들은 순식간에 전투적인 자세로 돌변해서, 가이드 쟈니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제 때에 공항에 왔는데, 비행기가 떠났다는 게 말이 돼요? 쟈니, 여기 현지업체 책임자 불러주세요. 엄밀히 따져봐야겠어요."


쟈니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다.


"우리 팀 담당 부장님께서 곧 오시겠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이 떨어지고 십 분도 안돼서 부장이란 사람이 나타났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공항 오시는 길에, 태풍으로 도로가 파손돼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탑승 시각을 놓치신 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들께서도 보고 계셔서 아시겠지만, 지금 비행기표를 끊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백 명입니다. 하루에 뜨는 비행기 대수는 한정되어 있고, 지금 여기에 계속 계신다한들 삼사일 뒤에나 비행기를 타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무엇도 약속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리까지 숙여가며 사과를 전하는 부장의 태도에, 변변히 한 끼 식사도 하지 못해서 배고픈 우리 팀은 순순히 쟈니가 이끄는 대로 캐리어를 끌고 따라갔다. 마음속에선 마닐라든 세부든 가는 비행기만 있으면 훌쩍 떠나고 싶은데, 그 며칠 새 함께 고생한 정이 뭐라고, 우리 팀을 버리고 남편만 데리고 여기를 떠날 수가 없었다.


(2021년 10월 2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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