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캥거루 찾습니다.
엄마.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좋은 딸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조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혹시 나. 설마.. 금쪽이야?
밖에서는 나 되게 말도 많고 예쁨도 많이 받아. 요즘에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속상해하지는 마, 그 사람들 깡그리 무시하고 잘 지내고 있어. 애교가 되게 많은 딸일 거라고 다들 그러는데 사실 나 그렇지는 않잖아. 밖에서만 엄청 싹싹하고 정작 엄마한테는 애정표현을 잘 못 해.
그래도 엄마.
나 엄마, 무지무지 좋아해. 엄마 자랑도 많이 해.
내 순수함은 엄마를 닮았어. 내 귀여움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솔직함도 다 엄마를 보고 배웠어. 고마워.
누군가 나한테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온전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을 때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었어. 대학교 논술 시험을 보는 날이었는데 게으름뱅이 내가 또 여유를 부린 거지. 집에서 안 멀다구. 엄마는 날 데려다준다고 같이 나갔고. 근데 정작 아슬아슬하게 그 캠퍼스에 도착했잖아, 기억나?
그래서 같이 뛰어서 시험장으로 가다가 엄마랑 나랑 줄에 걸려서 잔디밭에 넘어졌어. 엄마 바지랑 내 검정스타킹에 잔디는 잔뜩 묻고 나는 시험에 늦을까 무섭고 정신이 없었어. 사실 엄마 나이에 넘어진 것도 엄청 오랜만일 텐데 그리고 나 때문에 넘어진 건데, 엄마는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고 얼굴 한 번 안 찌푸리고, 얼른 다녀오라고 인사해 줬었어. 기억 안 나지?
나는 기억이 나.
그 기억이 나는 내가 기억이 나.
그렇게 시험을 봤고 나 떨어졌어. 하하! 물론 알다시피 다른 데 붙어서 무사히 졸업도 했지. 그런데 사랑에 대한 그 질문받았을 때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 이유는 모르겠어. 어떤 표현으로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거 말고도 우리 엄마 귀여운 에피소드도, 사랑스러운 에피드소드도 정말 정말 많은데, 내가 그래서 가끔 밖에서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다녀. 비밀이지만!
사랑하는 엄마.
애정표현 더 못 해서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앞으로 더 잘할게라고 다짐하고, 또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아마도? 정말 나 불효녀네.
귀엽게 봐줘 엄마딸. 내가 앞으로는 돈 더 벌어서 배달음식 더 시켜줄게. 뭐 먹고 싶어? 주말에 강아지 목욕도 시킬게. 방청소! 도 더 자주 할게. 아마도? 하하.
나 저번에 캥거루족 할 거라고 엄마캥거루 되어달라고 했더니 엄마 기겁했잖아? 얼른 남편캥거루 찾아볼게. 사랑해.
- 나이는 많지만 아직도 아기 캥거루 단로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