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비가 많이 왔다. 온 창문이 다 흔들릴 정도로 바람도 많이 불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새벽 6시엔 드라이버가 없다. 7번 넘게 배차를 실패하고, 겨우 차를 잡았지만 나는 이미 지각이었다. 첫 수업부터 나는 헐레벌떡 자리에 앉았다.
스태프가 안내해 준 방에는 삿구루의 사진이 있고, 젊은 인도 남자 선생님께서 매우 바른 자세로 앉아 계셨다. 상하의는 긴팔의 면옷을 입고 계셨는데 아주 깔끔하고 단정했다. 50-60대로 추정되는 서양인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그리고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내 요가매트에는 발리의 상징인 프란지파니 꽃과 내 이름이 적힌 웰컴 카드가 놓여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는 이미 끝난 듯했다. 내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선생님께서 소개를 하셨고, 바로 하타요가를 설명하는 삿구루의 영상을 보여주셨다. 신기했던 점이 바로 이거다. 선생님께선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으셨고, 모든 동작과 설명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셨다.
'아, 과연 이렇게 21일 동안 할 수 있을까?'
'동영상 보고 따라 하려고 내가 이 돈을 냈나?'
'이게 운동이 될까? 변화가 있을까?'
본전을 찾고 싶은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지난번 과정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돈이 올라서 씁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 퀄리티라니, 실망감이 먼저 찾아왔다. 같이 수업을 사람들도 뭔가 단 한 번도 요가를 배워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나 혼자 대단히 진지하고, 대단한 기대를 한 것 같았다.
비기너프렌들리(beginner-friendly) 아니랄까 봐 동작도 매우 간단해 보였다. 첫 동작은 손목을 외회전, 내회전 하며 어깨와 팔의 관절 근육을 풀어내는 스트레칭이었다. 쉽게 생각했는데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차례 하니 아주 작은 근육들에 자극이 가며, 꽤나 힘들었다. 그렇게 목, 무릎, 척추까지 풀어내니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끝났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놀랐다. 몇 동작한 것 같지 않은데 천천히 진행해서 그런지 아주 시간이 후딱이었다. 한 동작을 매우 자세히, 그리고 꼼꼼하게 배운다. 다양한 오류들까지. 다만 그 모든 진행이 선생님의 실제 시연이 아니라 동영상이라는 게 아쉬웠다. 아무리 재단 차원에서 같은 내용으로 일관되게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느리게 정신없는 1일 차가 끝났다. 삿구루 사진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처음 모이는 거라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선생님도 말수가 없으신 것 같았다. 사람들도 아직 서로 데면데면하여 가벼운 인사만 했다. 지각한 덕에 누가 누구인지 이름도 모른다.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테이블에 모여 바나나와 귤을 먹었다. 공복으로 몇 시간을 있었기에 배가 고팠는데 너무 감사했다. 다양한 제품을 파는 가게도 보였지만 들어가 보진 않았다. 여성분과는 어디에 사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름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남자분들과는 눈웃음 정도만 했다. 앞으로 차차 알게 되겠지.
내일은 푹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갈 것이다! 또 비가 온다면 눈 뜨면서부터 고젝을 잡을 것이다. 한국이나 발리나 비 오는 날에 택시 잡기 어려운 건 다 똑같아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