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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03. 2023

머리가 아니라 그냥 몸으로 느껴

삿구루 요가 3일차

오늘은 우파요가 시퀀스를 한 번이 이어서 했다. 확실히 연결성을 가지고 몸을 움직여 보는건 달랐다. 제일 놀랐던 부분은 손목!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게 관절 안의 인대를 풀어내야 한다고 한다. 잠자는 동안 인대가 한 쪽으로 쏠리게 되고, 그걸 풀어내지 않고 움직이다보면 관절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첫날엔 작은 근육들을 움직이는게 너무 아팠고, 이틑날에는 동작이 조금 익숙해진 기분이었다면, 오늘은 확실히 근육도 덜 아프고 움직임이 수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영상으로 수업을 듣는 것도 익숙해졌다. 물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확실히 줄기도 했다. 삿구루의 설명을 듣는 것도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미 혼자 유튜브로 보고 있었으니.


오늘의 가장 큰 깨달음은 '머리가 몸으로 경험하라'이다. ISHA 요가 방식의 고대 하타 수리야 나마스까는 기존의 하타 태양경배랑 비슷한듯 많이 달랐다. 특히 다운독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다리의 위치를 바꿔야 하느냐, 안바꿔도 된다면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느냐고 물었다.


선생님께선 머리를 너무 쓰지 말라고 하셔다. 하다보면 몸이 알아서 익숙해지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게 된다고 했다. 기존의 요가를 하던대로 무게중심이 어디 있고, 이 동작의 이점은 무엇이고, 이론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단 몸이 하는대로 따라가고 느끼라고 하셨다.


아마 나는 '무위(無爲)의 요가'를 경험하고 있는게 아닐까. 첫 날 삿구루의 동영상에서도 그랬다. 무언가가 되겠다, 무언가를 하겠다, 무언가를 여기서 가져가겠다는 목적성을 버리라고. 그냥 해보는 경험을 하라고.


나는 '그냥' 해보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란걸 알았다. 자꾸 메모하고 싶고,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고, 유인물이 있었으면 좋겠고, 배운 내용으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글도 '그냥' 쓰고 싶다. 정말 가볍게 쓰고 싶다. 일기처럼 느낀 것들을 쓰고 싶다. 인상깊은 내용들을 남기고 싶다. 그런데 자꾸 내 마음은 대단한 컬럼이라도 써야 하는 것처럼, 글다운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낀다.


내 마음의 태도는 요가를 할 때에도 똑같이 나와 '무위(無爲)'의 움직임을 경험하지 못한다. 내일은 '그냥' 내맡겨서 경험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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