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을 했다. 예약해 둔 고젝 드라이버가 오지 않았고, 뒤늦게 잡은 드라이버는 10분 후에 취소했다. 마지막으로 잡은 고젝으로 겨우 갔지만 우파요가의 첫 부분은 놓쳤다. 확실히 몸을 안 풀고 하니 조금 더 힘들었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내 몸에 집중하고 싶다. 자꾸 생각이 어디론가 흐르고, 나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못했다. 미래의 어느 시간의 내가 어떻게 살지 생각하느라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을 놓치고 있었다.
호흡으로 돌아오고, 몸의 감각으로 돌아온다. 그게 현존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니까. 집중이 조금이라도 흐려지면 나무자세(브릭샤아사나)에서 바 흔들린다. 그때 다시 내가 몸은 움직이면서도 사실 마음은 콩밭에 가있었음을 안다.
발리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나는 다시 여기로 오게 될까? 그 모든 질문들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진다. 여기에서도 한국에서도 제대로 살 수 없는 몸이 된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한다.
아마 그래서 요가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만나길 바라면서, 나에게 어떤 길이라도 알려주길 바라면서. 그래도 그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기분이 좋았으니까.
요가를 진지하게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나를 가로막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오래도록 이 삶을 누리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주어진 시간 안에 조금 더 용기를 내보겠다. 짱구에서도 우붓에서도 사누르에서도 요가를 가르쳐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