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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19. 2023

요가를 해도 내 머리는 쉬지 않아

삿구루 하타요가 19일차

5시간 정도 잠을 잤나. 이상하게 피곤하지는 않았고, 몸은 되려 더 가벼웠다. 며칠 연속으로 앙가마르다나(Angamardana)를 하면서 햄스트링을 계속 단련시켜서 그런가. 오늘 확실히 전굴을 하는데 다리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몸은 에너제틱 했지만 마음이 힘들었다. 어제 잠들기 전 친구와 싸운 일을 계속 곱씹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을 집중하자고 했는데도, 이런저런 생각이 계속 올라왔다. 생각을 막진 않았다. 흐르는 대로 내버려 뒀다가, 몸이 또 힘들면 자연스럽게 몸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도 났다가, 억울하기도 했다가, 사랑을 보내기도 했다가 내 마음은 갈피를 못 잡았다.


나는 또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풀리길 원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원하는 관계를 선택한 것은 좋았다. 분명하게 내 의도를 아는 것은 중요하니까. 다만 내가 놓친 것은 그게 '지금, 당장' 일어나길 바랐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속도대로, 내가 원하는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길 바랐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불안하다. 조급하다. 그래서 더 재촉한다. 더 움켜쥔다.


왜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거야?

왜 우리 관계는 아직도 이런 상태인 거야?

왜 내가 기대했던 일이 시작되지 않는 거야?

왜 나만 자꾸 노력하는 거야?


이샤 크리야 명상을 하는데 눈물이 올라왔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울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슴은 이미 먹먹했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내 상황도,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내 마음도 한 편으론 미안하면서도, 한 편으론 미웠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던 건 나는 여전히 통제 중독 control freak이었다는 것이다.


"손아귀에 꽉 쥔 힘을 풀어주어라. 세상을 모든 방향으로 놓아 주어라. 자기 자신은 자신대로, 그들은 그들 자신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놓아주어라."


요가가 끝나고 바닷가에 가서 트랜서핑의 비밀을 다시 또 읽고 읽었다. 한 쪽 뺨과 어깨와 팔이 다 그을리는 것도 모르고 책을 계속 씹어 삼켰다. 내가 이 순간 해야 하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를, 나의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했다.


고개를 드는 터콰이즈 색의 바다가 보였다. 나를 보완해 주는 색, 나에게 독립심을 전해주는 색. 그래서 바다로 온 걸까? 내 몸은 이미 다 알고 여길 선택했겠지. 사람들은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모래에 발을 묻고 빈백에 누워 있었다.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걱정을 흘려보내고 보냈다.


나는 세상을 모든 방향으로 놓아준다. 나는 모든 사람을 놓아준다. 나는 우주를 놓아준다. 나는 내 일을 놓아준다. 나는 시간을 놓아준다. 나는 결과를 놓아준다. 나는 감정을 놓아준다. 나는 나를 놓아준다.


이걸 깨달으려고 어제의 일이 일어났구나. 다 나를 위해서 일어났구나. 오늘 수련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참 다행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다 바라보기로 해서 참 다행이다. 덕분에 이미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나에게 오고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다. 이제 그 시간을 침착하게 잘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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