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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18. 2023

하타요가가 나에게 남긴 것

삿구루 하타요가 18일 차

나도 알게 모르게 몸이 디톡스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전날 먹었던 음식이 다음 날 아침까지 느껴진다. 특히, 고기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은 날은 참 불편하다. 하루하루가 쌓여갈수록 그 느낌이 더 강하게 온다. '건강하게 먹어야지!' 다짐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가벼운 음식을 찾게 된다.


매일 아침 먹는 강황과 님(neem) 잎사귀도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 자연산 꿀 한 스푼을 넣은 미지근한 물과 강황을 아주 작게, 은단처럼 뭉친 볼(ball)을 먹는다. 엄지 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님 잎사귀 3-5장을 꼭꼭 씹어 한쪽 볼 옆에 밀어 넣는다. 수련을 하는 동안 조금씩 씹어 먹으며 그 즙을 계속 먹는다.


처음엔 그 맛도 싫고, 뾰족한 느낌도 싫다. 다람쥐처럼 한 볼 가득 음식을 저장해 두고 있는 것도 뭔가 불편하다. 하지만 우린 역시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어느새 그 씁쓸한 맛도 익숙해진다. 덕분에 오전 내내 공복으로 있을 수 있다. 점심시간까지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다. 식욕이 줄었다고나 할까.


신체적으로 제일 놀라운 건 생리통과 PMS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이걸 경험했으면 좋겠다, 정말! 한 달 중 14일이 불편한 인생에서 언제 생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삶으로 갈 수 있다면? 지금껏 내가 먹어왔던 초콜릿과, 과자와, 감정기복과, 여드름과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걸까.


내면적으론 음, 아직 설명할 수가 없다. 분명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4번 가슴차크라와 5번 목 차크라가 있는 지점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주 강하게. 소용돌이가 나를 뚫고 지나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먹먹하게 답답한 느낌이 나기도 한다. 어제는 낮잠을 자다가 목에서 누가 에너르기 파 장풍이라도 쏜 것처럼 에너지가 훅하고 관통하는 느낌이 나서 깼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렇게 깼다.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남기는 이 글 이외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련이 끝나갈 때쯤이면 더 깊은 명상으로 빠져들고 싶어 진다.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진다. 나와 더 자주 대화를 하게 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이 한순간 명확해짐이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관계, 내가 원하는 삶을 그냥 '알게'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마법의 알약은 아니다. 여전히 이 시간이 끝나고 나서의 일들이 걱정이 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도 있다. 그럴 때마다 더 순간에 머물고,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나는 세상과 함께 나의 장난감을 받으러 간다!'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축복하려 한다. 요가를 통해서 지금 내가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일이다. 나와 내 삶을 더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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