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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l 18. 2023

달의 기운을 받아

삿구루 하타요가 17일 차

온몸이 근육통이다. 목, 등, 옆구리를 따라온 뒷다리의 햄스트링까지 죄다 아프다. 요즘 수련이 빡세진 탓도 있겠지만 어제 우붓에서 Ecstatic Dance를 너무 열심히 춘 탓도 있을 것이다. 친구 말론 내가 작두 탄 줄 알았단다. 한 달 넘게 묵혀둔 온 나의 에너지를 여기서 발산하리라는 마음으로 정말 미친 듯이 온몸을 흔들어 재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매우 가깝게 에너지를 섞어서 그런가. 오늘은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피곤한 날이었다. 몸이 아플 것 같은 그런 느낌. 아침 콜드 샤워도 힘들었다. 수련을 따라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였다.


온몸의 열기를 끌어올리며 땀이 송골송골 맺히니 또 기분은 좋았다. 구름처럼 어제의 일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하루 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 다 털어내지 못하고 남아있구나' 휴지통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이미지를 집어넣는 비우기를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진 않았다.  


수업의 반은 그렇게 흘러간듯하다. 정신없이, 많은 것들이 머리에 꽉 찬 상태로. 반은 요가아사나로 채웠다. 눈을 감으니 이내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몸을 잊었다. 이샤크리야 명상을 할 땐 몸을 떠난 느낌이 들었다. 평소처럼 다리가 저리는 게 느껴지지도, 미간 사이에 에너지에 모이는 걸 느끼지도 않았다. 내 몸도 마음도 생각도 아닌 어딘가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났을 땐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몸을 웅크리는 cosmic egg 자세로 한동안 매트 위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리곤 아유르베다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클레어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왜 얼마 전 수업 중 무릎 관절에 무리가 왔는지, 오늘 내 에너지가 혼자 있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아유르베딕에서 보는 천문학(vedic astrology)에선 초승달(New Moon)이 시작될 때 관절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전환자세(Transition pose)에서 쉽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달이 지는 그믐이고, 내일은 0%가 되고, 수요일엔 초승달이 시작된다.


초승달을 기점으로 앞뒤 며칠 동안은 내면을 돌아보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 평소보다 에너지가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기에 행동하기보단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쪽으로 시간을 쓰길 추천했다.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보름달(Full Moon)이 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생리를 하기에 더욱 달의 주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발리에 사는 외국인들은 생리 기간을 달의 주기(Moon Cycle)이라고 한다. 언제나 Period, Menstruation라고만 불렀었는데 처음 문 사이클을 들었을 때 뭔가 더 아름답게 느껴져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삿구루 또한 남자는 태양의 주기, 여자는 달의 주기에 영향을 더 받는다고 했다. (물론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태양의 영향을 일차적으로 받는다.) 클레어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달의 주기(생리)와 우주의 달의 주기를 잘 알고 있다면 에너지를 더 현명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하루를 계획하거나, 한 주를 계획할 때 피곤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을 하고 휴식과 일을 적절히 안배를 할 수도 있고, 설령 원하는 만큼 행동력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한 마음을 쓸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종일 나에게 쉼을 허락했다. 집이 아닌 바다로 가 빈백에 누웠다. 코코넛부터 똠얌, 크림 브륄레 디저트까지 코스로 다 시켜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바다의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고, 명상을 하기도 했다. 반쯤 잠을 자기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늘과 구름과 새를 구경하기도 했다.

모래 속에 발을 파묻으니 심장소리처럼 쿵쿵 거리는 울림이 온 다리로 전해졌다. 너무 신기했다. 지구가 숨을 쉬는 것 같은, 심장을 바로 온몸으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Ajeet의 Akaal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대지(mother earth)와 연결된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줄 알지만 정말, 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꼭 땅에 발에 한 번 파묻어 보길 바란다. 특히 요가를 끝낸 후 30-40분 땅을 느낀다면 우울증이 사라진다고 삿구루는 말한다.


21일간의 하타요가를 하며 제일 크게 변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내가 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론과 이유는 모르지만 내 몸은 먼저 알고 반응한다. 매번 후에 설명을 듣고 놀랄 뿐이다. 마음의 중심이 나에게로 모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혼잡했던 마음이 조용해지고, 분명해진다.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들을 다시 살피게 된다.


때론 정리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떠나보내는 것이 쉽진 않지만 슬프거나 힘들지도 않다. 그저 매일 내 목소리에 더 가까워지고 있어서 감사하다. 이 순간을, 기회를 더 누리고 축제처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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