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고등학생 되니까 아무래도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그렇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알던 엄마들 모임에 갔다. 큰아이 대입을 준비하는 엄마들도 함께 있었다.
“남편도 회사생활 힘든가 봐. 자꾸 눈치 보여.”
“아이들이 크는데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 줄은 몰랐어.”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경제적인 것은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다. 육아를 혼자서 해내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허탈해졌다. 남편의 사업이 잘될 때는 기뻤고, 생각처럼 일이 안 풀릴 때는 불안했다. 남편의 업무성과에 따라서 흔들리는 마음에 조금씩 지쳐갔다. 그런 생각을 의식한 뒤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고 싶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자립적인 삶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경제력을 가진 1인분의 삶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생각이 깊어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고민이 커져갈수록 어떤 선택도 불안해졌다.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저것도 좋아 보인다. 나에게 뭐가 나을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상이 커질수록 현실에서 오는 박탈감이 켜졌다. 그런 상태에서 선택하면 어떤 것도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생각을 그만두는 일이 허다했다.
글쓰기를 늘 잘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없는 재능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단정 지었다. 오랜 시간 ‘어려운 글쓰기는 못 해’라고 정의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어떤 것도 시도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상념에 어떤 선택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올해는 브런치에 글을 매주 한 편씩은 올리면서 글 근육을 만들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 수업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도 즐겁게 듣고 있다. 자기 주도의 목표가 분명할 때는 수업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 시간에 나의 글을 최대한 써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쳐가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지금보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느껴져서 힘이 났다.
올해 쓴 원고를 정리해 보니 모두 80개의 글을 썼다. 만약 그 과정에서 ‘이런 주제가 좋을까 저런 게 나으려나?’ 식의 생각을 하며 임했다면 원고 하나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의 글이 완벽해서 완성된 게 아니라 ‘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집중했다.
내 생각에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이든 ‘그냥 써’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간에 어설프게 끝나더라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어도 그 자리에서 한번 마무리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어설픈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졌을 때 그다음 스텝으로 성장할 수 있다.
늘 시작하기 전에 거창한 결과를 바라봤다.
현재의 부족한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칠 때면 한탄했다. 그럴수록 중간에 그만두면서 타당한 이유를 찾는 것에 급급했다.
어쩌면 1인분의 삶이란 본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집중이 아닐까.
경제적인 부분을 당장에 채우지 못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1인분의 충만한 인생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꼬망입니다. <어느덧 중년> 이 벌써 30화 연재입니다.
< 어느덧 중년>의 이야기는 브런치북으로 30화로 완결합니다.
올초에는 매주 한 가지 이야기를 꼭 쓰자고 결심했는데, 올해 한 일 중에 하나는 열심히 이룬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동안 <어느덧 중년> 에세이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저의 일상을 담은 만화와, 새로운 글로 곧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