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모님의 어깨가 너무나 커 보였다. 당시에는 어른들의 말씀이 모두 옳다고 믿었기에 엄마, 아빠의 모든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의구심을 품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이렇게 하라고 하는 건 난 좀 불만인데….’
성인이 되어갈수록 엄마의 모든 말이 바르다고 생각한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내 생각이 커졌을 때는 반감을 갖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엄마의 불같이 화나는 모습을 보면 참기 힘들었고, 어른답지 못한 모습이 느껴질 때는 거리를 두고 지냈다.
아이가 태어나고 집에서 육아를 보내는 하루에 나는 쉽게 지쳐갔다.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나는 아이가 4살 때 그동안 참아왔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감정대로 혼을 내던 기억이 났다.
어릴 때 아이들의 전부는 부모인데 차고 넘치는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 걸까.
어른이면 다양한 감정들을 기준에 맞게 잘 조절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의 경계를 지키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땐 차분히 설명하면 되는데 잔소리 폭탄을 끼얹고 지적과 짜증을 조미료로 쓰며 분풀이했다. 분노의 경계를 넘어서면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격해진 나의 감정을 보고 아이들이 눈치 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로서 나의 무능함을 실감했다.
학창 시절에는 화를 내고 짜증이 많은 엄마가 너무 싫어서 반발심에 그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싫어하던 그 모습이 되어가는 게 견디기가 힘들었다.
“준이야. 영어숙제 너 자꾸 빼먹지 말아. 글씨도 제대로 쓰고”
“아…. 알아서 할게요.”
방문을 슬쩍 닫으며 귀찮은 투로 아이가 대답했다.
“자꾸 이렇게 방 정리도 안 할 거야.”
바닥에 널려있는 물건을 보며 따발총 잔소리가 시작했다.
“아…. 엄마 또 급발진….”
“뭐? 너 뭐라고 그랬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묘한 긴장감의 정적이 흘렀다.
‘아이는 점점 내 말을 안 들을 거야. 부모가 본인이 생각했던 온전한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겠지.’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보니 모든 것에 본인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의 성장이 멈춘 어린 어른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