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당에서 열리는 주일학교 행사에 늘 열심히 참석했다.
성당에서는 분기마다 ‘은총 시장’이 열렸다. 교리와 미사를 열심히 참석한 아이들에게 은총표를 하나씩 나눠주는 벼룩시장 같은 행사였다. 그동안 모았던 은총표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떡볶이며 맛있는 간식을 살 수 있었다. 한쪽에서 이쁜 인형과 장난감을 볼 수 있는 은총 시장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떡볶이는 은총표 3장, 호떡은 2장 등 은총표를 차곡차곡 모아야지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더 열심히 모았다.
새벽 미사와 저녁 미사에 참례하고 미사 후에는 은총 표를 받기 위해서 많은 아이들은 성당 입구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미사에 한번 참석하면 한 개씩 받을 수 있는 은총표를 열심히 주머니에 담았다. 기도문을 잘 외워도 은총표 한 장, 평일 미사참례도 은총표 한 장 그렇게 두둑해지는 주머니를 보며 흐뭇했다.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성탄제가 매년 열리곤 했다. 사회를 맡은 선생님은 “본인이 느끼기에 발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면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서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올라온 여러 명의 아이들의 발크기를 비교해서 제일 큰 사이즈의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특별선물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선물에 술렁였다. 왁자지껄 분위기에 선생님은 전 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자. 우리 어린이 여러분, 눈이 제일 큰 친구는 지금 바로 올라오세요. 주변에서 추천해 주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를 듣고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빨리 올라가라고 재촉했다. 겁이 많았던 나는 무대에 오르기가 두려웠다. 휩쓸려서 무대로 올라가긴 했는데 정적이 흐르는 그 분위기가 두려워졌다.
그때는 여러 명이 단상 위에 올라왔는데 선생님이 “자! 모두 눈을 가장 크게 떠보세요!”라는 목소리를 들으니 더 무서워서 눈을 더 치켜뜨게 됐다. “어!! 여기 어린이 눈이 가장 크군요! 눈큰상 당첨!” “와!!” 우렁찬 함성이 터지자, 그 소리에 눈이 더 커진 나는 눈물이 터져버렸다. 선생님은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를 토닥이며 선물과 함께 사탕을 쥐어줬다.
11월부터 성탄준비로 분주한 성당은 성탄제 행사에서 각 학년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당시 나는 초등2학년이었고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곤 했다. 우리 학년은 ‘스쿠르지 영감’ 연극을 하기로 했다. 한 달 전부터 교리실에 모여 연극 대본을 외우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열명남짓 아이들이 교리실에 모여 다양한 손짓을 하며 본인의 대사에 열중했다. 교리실에서 먹는 간식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쉬는 시간에는 찐 고구마를 한 잎씩 베어 물고 친구들과 배역을 바꿔서 연습을 하며 대본과 다르게 말하는 그 시간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크리스마스 성탄제가 열리면 산타할아버지로 변장한 신부님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선물꾸러미를 하나씩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 줄씩 즐비하게 서있고 산타할아버지 곁에 가는 순서가 되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가득한 날씨가 되면 동네 성당을 서성이게 된다. 불빛이 비추는 환한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예수님을 보면서 기도를 드렸다.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라는 생각에 스산한 마음이 출렁인다.
심난한 생각이 차오를 때 성당에 가면 딱딱해진 마음이 눈 녹듯 풀어진다.
아마도 어릴 때의 느꼈던 따스한 숨결 가득한 공기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