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오르는 내내, 숨은 무겁고 발걸음은 느렸다. 세상은 낮은 곳에 머물러 있었고,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 속에 있었다. 흙내음과 땀 내음이 섞인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그것마저도 생명의 일부로 느껴졌다. 길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한 줄기 희망이 타올랐다. 정상에 닿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다. 산의 정수리에 서서 내려다본 세상은 비로소 작아졌다. 발아래로 펼쳐진 구름은 부드러운 이불 같았고, 멀리 지평선은 세상과 하늘이 맞닿은 경계선을 은은하게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게 한 것은 공기였다.
맑고 투명한 공기가 폐를 스쳐 지나갈 때, 무언가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깨끗함 이상의 것이었다. 바람은 차갑지만 온화했고, 깊은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세상 모든 무거움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공기는 나를 감싸며 속삭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구나." 그 순간, 공기 속에 스며든 자연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맑은 공기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했다. 두려움, 걱정, 그리고 어제의 상처들마저 산 정상에서의 한숨에 실려 사라졌다. 고요 속에서 울리는 심장의 박동은 더 이상 분주하지 않았고, 시간은 그곳에서 멈추었다.
깨달았다. 이 공기는 산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넘어선 자에게만 허락된 선물이자, 자연이 건네는 위로였다.
산 정상에서 느낀 맑은 공기의 감동은, 폐를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영혼까지도 씻어 내렸다. 삶이라는 산을 오르는 길에서 깨닫는다. 정상의 맑은 공기를 느끼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흔들리더라도 나아가는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