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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서 맨발로 걸은 감각

by 은파랑 Jan 14. 2025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걸은 감각


모래사장은 부드럽고 거친 숨을 동시에 품고 있다. 맨발로 모래를 밟는 순간, 발바닥을 간질이는 따스함과 차가움이 뒤섞인다. 처음에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발가락 사이를 스며들며 낯설게 닿는다. 촉감은 오래된 기억이 다시 깨어나는 듯하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모래가 사라졌다가 다시 모여든다. 발바닥은 무언의 대화를 나누듯, 모래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작은 알갱이들이 흩어졌다가 발을 감싸 안는 그 순간, 이 땅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모래의 온도는 태양의 뜨거움을 머금었으나 그 안에는 바다의 차가움이 숨어 있다. 따뜻한 알갱이가 위로하다가도, 바람에 날리는 차가운 모래는 다시 긴장하게 한다. 모든 변화 속에서 발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맨발로 걷는 동안, 스스로에게로 돌아간다. 신발로 가려졌던 감각들이 깨어나며, 세상이 내 피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걷는 행위가 아니라, 모래와 나 사이의 조화 속에 존재가 확장된다.


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모래는 촉촉해지고 발자국은 선명해진다. 이내 밀려오는 파도가 발등을 스치고,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순간, 알게 된다. 삶이란, 모래사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남긴 발자국이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그 감각 속에서 살아가는 것.


모래사장은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촉감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발아래의 모래, 그리고 내 안의 나를 모두 껴안으며 나는 그 위를 걸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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