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마인드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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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가느다란 다리 위에서

by 은파랑 Feb 03. 2025




믿음, 가느다란 다리 위에서


어둠이 내려앉은 강 위에 한 사람이 선다. 발아래 흔들리는 줄다리는 허공 위에 아슬히 걸쳐져 있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의 발이 밟는 것은 줄이 아니라 믿음이다. 보이지 않지만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말했다.

"믿음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용기다."


확신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그것이 믿음이다. 우리는 누구도 미래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내일이 올 것을 믿는다.


어느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어린아이들에게 두 개의 발판을 건너게 했다. 하나는 견고한 나무판자, 다른 하나는 얇은 유리. 아이들은 처음에는 나무판자만 밟았다. 하지만 부모가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괜찮아, 와도 돼"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불안한 눈길을 보내다 이내 유리 발판 위로 발을 디딘다. 믿음은 그렇게, 불안과 신뢰 사이에서 조심스레 싹튼다.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은 말했다.

"믿음이란,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믿음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확신 속에서 믿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 믿음을 움켜쥔다.


어느 날 한 노인이 말했다.

"젊은 날에는 모든 것을 의심했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믿음이 더 필요하더군."


그는 오래된 나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에는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미소 지었다. 믿음은 현실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현실을 견디는 힘을 준다.


삶의 수많은 순간, 줄다리 위를 걷는다. 때론 다리가 끊어질 듯 흔들리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한다.


"괜찮아, 와도 돼."


그 말 한마디에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믿음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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