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사람들은 따뜻한 밥을 원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반찬과 잘 어울리는 갓 지은 흰쌀밥
찬밥은 그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누구나 더 좋은 것
더 나은 자리
더 편한 일을 갈망한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더운밥만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말했다.
“더운밥, 찬밥 가리지 마라. 그것조차 없는 것이 문제다.”
그는 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말속에는 뼛속까지 현실을 꿰뚫는 통찰이 있었다. 아무리 큰 기업의 회장이었어도 세상의 흐름을 두려워했고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살았다.
어느 날, 삼성그룹의 한 임원이 자리에서 밀려나자, 이 회장에게 찾아와 울분을 토했다.
“회장님, 저 이제 찬밥 신세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찬밥이 어디 있나? 더운밥이 아니라고 밥이 아닌가? 밥이 있다는 게 어디야. 밥이 없으면 굶어야 해.”
그 순간, 임원은 말문이 막혔다. 밥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이 회장의 세계에서 체면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더운밥이 아니어도 먹고살아야 했다. 찬밥이라도 주어진 일이라면 기꺼이 감당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따뜻한 밥상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그의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세상이 각자에게 내어주는 밥상이 다르다. 어떤 이는 찬밥, 어떤 이는 상다리가 휘는 더운밥을 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딘가에서 한 번쯤 찬밥을 받는다. 외면당하고 뒤로 밀리고 이름 없는 자리에서 눈물을 삼켜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말이 다시 떠오른다.
“더운밥, 찬밥 가리지 마라. 그것조차 없는 것이 문제다.”
찬밥을 삼킬 수 있는 사람만이, 언젠가 더운밥의 자리로 간다. 그 자리는 어쩌면 찬밥을 견뎌본 자만이 앉을 수 있는 곳일지 모른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