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물방울 하나가 고요한 호수 위에 떨어지듯 사랑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다. 눈에 띄지 않던 그 사람이 어느 순간 빛나 보이고 평범했던 말 한마디가 마음 깊이 울린다. 사랑은 자체로 신비로우나 미국 심리학자 아서 애런(Arthur Aron)의 이론은 사랑의 시작에 과학적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자기 확장(Self-Expansion)' 이론을 통해 사랑의 근원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려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미소 때문만은 아닐지 모른다. 낯선 세계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감정과 경험이 나를 흔들 때 사랑을 느낀다. 그의 말투, 그녀의 생각, 그들이 살아온 방식은 나에게 없던 새로운 빛깔이다. 우리는 그 빛에 이끌려 조금 더 나가고 싶어진다. 어쩌면 사랑은 '나'라는 존재가 그 사람을 통해 더 커지고 깊어지려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흥미롭고 복잡하다.
왜 어떤 사람에게 이끌리는 걸까. 매력에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배후에는 무의식적 감정과 성격 그리고 환경이 섬세하게 작용한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 가치관, 흥미를 느낀 이에게 자연스럽게 끌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사성의 법칙'이라 부른다. 비슷한 배경과 경험을 공유할수록 더 큰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공감은 유대감을 낳고 유대는 쉽게 연인 관계로 이어진다.
자주 마주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현상은 '근접성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는 이에는 특별한 친절이 없어도 점차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친밀감은 자연스럽게 자라고 그것이 매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때론 예측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새롭고 낯선 자극에 이끌리는 성향이 있어 쉽게 파악되지 않는 사람, 신비롭거나 감춰진 면이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두게 된다. 호기심은 상대에 대한 더 깊은 집중을 끌어내며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체적 매력은 사랑의 시작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심리학적으로도 외적인 매력은 건강과 유전적 안정성을 암시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하지만 외모는 사랑의 입구일 뿐 관계가 깊어질수록 정서적 연결과 정신적 교감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를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을 열고 감정은 유대감으로 성장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배려와 따뜻함을 주는 사람은 신뢰의 토대를 만들고 신뢰는 서서히 사랑으로 자란다.
사랑에 빠질 때 뇌는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보상의 감정을 주는 호르몬으로 함께하는 순간을 더 즐겁고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 방금 본 사람을 또 보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옥시토신은 '유대 호르몬'이라 불리며 정서적 친밀감을 증폭시키고 둘 사이의 유대를 단단하게 만든다.
사랑은 감정의 충동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일어나는 섬세한 반응이다. 호감은 우연처럼 다가오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심리적 기제가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눈짓 하나, 말끝에 맺힌 따뜻한 숨결 하나, 모든 조각이 천천히 마음의 결을 따라 서로를 향해 미끄러진다. 그 사람의 세계 속에서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낯선 감정에 마음이 흔들릴 때 사랑이라는 이름의 문을 조용히 연다.
사랑은 끌림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너를 통해 더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사랑은 우연이 아니라 깊은 갈망이 만들어낸 가장 따뜻한 만남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