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설렘에서 깊은 결까지

eunparang

by 은파랑




처음 설렘에서 깊은 결까지


처음엔 가볍게 스친 인연이었다.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어느새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음은 자라는지도 모르게 자란다. 감정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깊게 무르익는다.


사랑은 한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시간 속에 발달하는 흐름이다. 미국 뇌신경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이를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열정, 친밀감, 헌신. 이 세 가지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사랑은 다른 얼굴을 띠며 자라난다.


처음의 설렘은 열정이 만든다.

눈빛이 닿고 가슴이 뛰고 자꾸만 생각나고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 안에서 편안함을 찾게 된다.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으며 친밀감이 자라난다. 그리고 언젠가 말없이도 곁을 지키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것이 헌신의 시작이다.


사랑은 이 셋이 균형을 이룰 때 깊어진다. 때론 한 요소가 부족해 관계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자라며 단단해진다. 그래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성장이다. 함께 시간을 걷고 그 안에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만들어가는 조용한 여정이다. 로맨틱한 사랑은 시간 속에서 서서히 자라며 여러 단계를 거쳐 깊이와 의미를 더해간다.


사랑의 시작은 강렬한 끌림과 열정으로 열린다.

이 단계에서 두 사람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강하게 이끌리며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뇌 속에서 활발히 분비된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모든 것이 눈부시게 느껴진다. 상대는 이상화되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존하게 된다. 사랑은 현실보다 꿈처럼 다가오고 환상 속에서 설렘에 빠진다.


열정이 조금 가라앉으면 사랑은 친밀함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취향과 생각, 가치관과 꿈을 하나씩 알아가며 내면 깊은 곳에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 시기의 사랑은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서로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그림 프리다옥


사랑이 깊어질수록 상대의 차이와 결점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충돌도 생기고 마음이 다치는 일도 있지만,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를 수용하려는 노력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협력해 나갈 때 사랑은 한층 성숙해진다. 갈등을 딛고 나아간 관계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사랑이 성숙해지면 헌신의 단계로 나아간다. 두 사람은 장기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려 한다. 이 시기의 사랑은 신뢰를 기반으로 안정적이며 마음이 더 깊어지는 시기다.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차분해지지만 사랑은 오히려 더 넓고 깊은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한다. 두 사람은 삶의 동반자로 친구 같은 유대감을 나누고 긴 시간 쌓아온 신뢰와 존중 속에서 평온함을 느낀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성숙한 사랑은 모든 단계를 지나온 끝에 도달하는 깊은 감정이다. 이 사랑은 격렬한 감정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서로의 삶을 함께 나누고 지지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기쁨뿐 아니라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한 걸음씩 나간다.


이렇듯 사랑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시간과 이해, 인내와 노력을 통해 천천히 자라나는 관계다. 그리고 과정 자체가 우리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사랑은 한 번에 피지 않는다.

봄빛에 움트는 꽃처럼 서툰 눈짓과 머뭇거림 속에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마음의 모양을 배워간다. 서로를 향해 웃는 날, 보고 싶어 가슴이 뛰는 날 그리고 이유 없이 곁을 지켜주는 날들. 모든 날이 겹쳐 하나의 사랑으로 자라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시간이 쌓아 올린 다정한 구조물이다. 처음의 불꽃보다 끝까지 함께하는 온기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을 겪으며 배워간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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