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그리는 사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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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마음이 그리는 사람의 얼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방식은 지금껏 우리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영국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은 이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 틀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 사랑의 형태와 우리가 끌리는 '이상형'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어릴 적 부모의 품이 따뜻했는지, 늘 기다리게 했는지, 쉽게 떠났는지. 이 경험은 우리 안에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는 무형의 믿음을 만든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사람에게 이끌리고 누군가는 잡힐 듯 멀어지는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 볼비에 따르면 이는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애착 유형’이라는 심리적 패턴의 반영이다.


그림 프리다옥


이상형이란 그래서 외모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 가장 깊은 곳, ‘사랑받고 싶었던 방식’의 그림자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림자를 마주하고 천천히 나를 치유해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은 누군가를 통해 다시 나를 이해해 가는 조용한 회복 여정이다.


이상형은 사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상형과 닮은 사람을 만났을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고 마음은 설렘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이상형의 틀을 넘어서는 데서 시작된다. 상대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완전하지 않은 모습까지도 끌어안는 마음이 사랑을 성숙하게 만든다.


문학의 세계에서 이상형은 언제나 인간의 이상과 고뇌를 닮았다. 플라토닉 러브가 그렇듯 이상형은 우리 안의 갈망을 자극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틈은 늘 사랑의 진짜 의미를 되묻게 만든다.


우리는 이상형과 실제 사랑 사이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사랑이란 이상형이라는 거울 속에서 나를 비추고 거울 너머의 진짜 사랑을 발견하는 길고 깊은 여정이다.


우리는 어쩌다 누군가에게 끌린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인데 이상하리만치 편안하고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어딘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 순간, 묻는다.


“왜 하필, 그 사람이었을까?”


이상형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감정의 풍경을 닮은 사람이다. 풍경에 발을 디디는 순간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워했던 ‘누군가’를 마음 깊이 알아보게 된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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