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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때론 강렬하고 때론 조용하며 때론 오래가고 또 어느 날은 쉽게 무너진다.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뇌신경과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사랑의 삼각 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을 제시했다.
그는 사랑을 세 가지 요소인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헌신(Commitment)으로 나누고, 세 요소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달라진다고 보았다.
친밀감은 마음의 연결이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울며 쌓여가는 정서적 유대. 열정은 불꽃같은 감정이다. 끌림과 로맨스,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뛰는 감각. 헌신은 함께 있겠다는 약속이다. 흔들리는 날에도 손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의 선택.
세 가지가 고르게 어우러질 때 스턴버그는 ‘완전한 사랑(Consummate Love)’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어떤 관계는 열정은 넘치지만, 헌신이 부족하고, 어떤 사랑은 의무만 남아 친밀함이 사라지기도 한다. 사랑을 지켜낸다는 건, 세 요소를 함께 키워가는 일이다. 가슴 뛰는 설렘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매일의 선택으로 서로를 지키는 일. 사랑의 삼각형은 그래서 도형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얘기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서 조율되는 복잡한 조화이며 세 가지 빛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형상을 지닌다. 사랑의 세 가지는 각각 고유한 색과 온도를 가진 빛처럼 관계를 비추며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열정은 사랑의 첫 불꽃이다. 상대를 바라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 한마디에도 온몸이 떨리는 순간.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은 열정에서 비롯된다. 열정은 관계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같다. 하지만 바람처럼 쉽게 불타오르기도 하고 쉽게 사그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열정은 순간을 살게 하지만 오래 머물게 하지는 않는다.
친밀감은 사랑의 부드럽고 깊은 층이다. 불꽃을 감싸안는 따스한 공기처럼 친밀감은 신뢰와 이해, 공감의 토대 위에서 자란다. 서로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나누고 함께한 시간을 마음에 쌓아 올리는 정서는 관계의 뿌리가 되어 흔들림을 견디게 한다. 친밀감은 시간이 지나며 단단해지고 조용히 사랑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한다.
헌신은 사랑을 완성하는 기둥이다. 열정처럼 뜨겁지 않고, 친밀감처럼 감미롭지 않아도 헌신은 사랑을 감정에서 삶의 실천으로 옮기는 힘이 된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곁을 지키겠다는 결심, 고단한 날에도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사랑을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선택이다. 헌신은 감정보다 깊고 의지와 책임으로 이루어진 사랑의 단단한 얼굴이다.
하나만으로도 사랑이 될 수 있지만 세 가지가 함께 어우러질 때 사랑은 온전한 모습을 띤다. 열정만으로 가득 찬 사랑은 강렬하지만 금세 식을 수 있고, 친밀감만 있는 사랑은 우정에 머물 수 있다. 헌신만 있는 관계는 의무감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열정과 친밀감, 헌신이 균형을 이룰 때 충만한 사랑, ‘완전한 사랑(Consummate Love)’을 경험한다.
사랑은 언제나 변한다. 한때는 열정이 앞서고, 어느 날은 헌신이 시험받고 또 어떤 순간엔 친밀감이 희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사랑은 함께 그려가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열정이 짙고 내일은 친밀감이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며 헌신이 색을 입히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며 더 깊은 인간으로 변화해 간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