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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단어는 종종 낭만의 이미지로 포장된다. 첫눈에 반한 설렘, 운명처럼 끌리는 감정, 영화처럼 다가오는 순간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오히려 실용적이다.
미국 자기 계발 전문가 존 리(John Lee)는 사랑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며, 그중 에로스(Eros)와 프라그마(Pragma)는 각각 낭만적 사랑과 실용적 사랑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랑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든 조건이든, 그 안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또한 진짜 사랑이다. 사랑은 결국, 낭만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은 어디에서나 아름답다.
하지만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문화와 철학, 시대의 색을 입으며 달라진다. 서양은 뜨거운 감정과 자유를 품은 낭만적 사랑을 노래했고, 동양은 조화와 책임을 품은 실용적 사랑으로 삶을 지탱해 왔다. 차이는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사랑을 살아내는 방식의 차이기도 하다. 서양에서 사랑은 개인의 감정과 선택을 중심으로 피어난다. 중세의 기사도 문학은 사랑을 이상화했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삶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랑은 뜨겁고 때론 무모하며 자유로운 감정의 진실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감정은 억제되어선 안 되는 것, 사랑은 자기실현의 여정에 놓인 불꽃같은 존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은 사랑을 통해 영혼이 성숙해 간다고 말했고, 현대 철학자들 역시 사랑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더 깊이 만나는 길이라 설명한다.
반면, 동양에서 사랑은 더 고요하고 현실적이다. 유교의 뿌리 깊은 영향 아래 사랑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가족의 화목과 사회의 안정을 위한 약속으로 여겨졌다. 사랑은 나와 너를 잇는 끈이자 두 가문을 잇는 다리가 되기도 했다. 동양의 사랑은 뜨겁기보다 따뜻했고 격정적이기보다 책임감으로 무게를 더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가족의 동의와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했고, 사랑은 감정보다 역할로 이해되기도 했다.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했다. 이런 사랑은 깊고 안정적이지만 때론 감정의 충만함이 부족할 수도 있었다.
낭만적 사랑은 마음에 따라 사는 기쁨을 안겨준다. 자유로운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성장하게 한다. 하지만 때론 현실의 벽 앞에서 쉽게 지치고 열정이 식은 뒤에는 관계의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실용적 사랑은 안정과 지속을 보장해 준다.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스스로를 잃거나 타인의 기대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될 위험도 있다.
오늘날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사랑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점차 낭만적 사랑이 주목받고 있고 서양에서는 실용적 사랑의 지혜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선 연애와 결혼에서 감정적 유대가 더 강조되고 있고 서양에선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자주 보인다.
결국 사랑은 낭만과 실용, 감정과 책임, 자유와 조화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은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될 수 없다. 그것은 뜨거우면서도 차분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책임감 있는, 그리하여 삶을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