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설레는 이유, 로맨스의 이름으로

by 은파랑




심장이 설레는 이유, 로맨스의 이름으로


사랑은 조용히 깊어지고 로맨스는 사랑에 온기를 더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손길, 빗속을 함께 걷는 순간,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바라보는 풍경


미국 생물인류학자 헤런(Helen Fisher)은 사랑을 세 가지 심리적 시스템인 욕망(Lust), 로맨스(Attraction), 애착(Attachment)으로 나누고, 그중 로맨스를 사랑이 시작되는 강렬한 집중과 열망의 시기라고 설명한다.

헤런의 연구에 따르면 로맨스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활발히 분비되는 시기로 상대에게 빠져들고 설렘을 느끼는 강렬한 ‘몰입 상태’다. 이 시기엔 상대의 단점마저 아름답게 보이고 모든 감각이 그 사람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로맨스는 본질적으로 짧고 강렬하다. 시간이 지나면 강도는 줄어들고 대신 애착이 자리를 채운다. 그래서 로맨스를 사랑의 전부로 오해하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맨스는 사랑이 자라기 위한 불씨다. 감정을 깨우고 마음을 열게 하며 관계의 시작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감정.


그림 프리다옥


사랑은 로맨스 없이도 가능하지만, 로맨스가 있다면 사랑은 더 따뜻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과 나눈 로맨스는 언제나 마음속에 오래도록 빛나는 장면으로 남는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고 향기를 머금는 순간 중심에는 언제나 로맨스가 있다. 로맨스는 사랑을 생생하게 만들고 익숙함 속에서도 다시 한번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법과 같다.


사랑은 열정, 친밀감 그리고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그중 로맨스는 열정에 불을 지피고 친밀감을 더 깊고 부드럽게 확장한다. 하나의 손 편지, 무심한 듯 건네는 꽃 한 송이 혹은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은 저녁 식사는 “당신은 여전히 특별해”라는 마음의 속삭임이 된다. 로맨스는 사랑을 단조로움에서 건져 올리는 손길이다. 관계가 깊어지고 날마다 같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로맨스는 새로움을 불러온다.

낡은 나무에서도 새순이 돋듯 익숙한 사이에서 다시 설렘이 피어난다. 문학은 로맨스를 사랑의 정수로 그려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속 로맨스는 시간을 초월해 사랑의 본질을 전한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사랑은 장미와 같다. 가시가 있기에 더 귀하다.”


로맨스는 장미를 피우는 비 같은 존재다. 평범한 날들 사이사이, 손을 잡고 걷던 오후의 산책길, 별빛 아래 주고받은 작은 속삭임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로맨스는 특별한 날의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에 녹아든 감정의 색채이며 사랑이 잊히지 않도록 마음을 물들이는 리듬이다. 같은 커피를 마셔도 같은 대화를 나누어도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눈빛 하나로 세상은 다시 처음처럼 반짝인다.


로맨스는 사랑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한다. 그것은 감정을 장식하는 포장이 아니라 사랑을 더 깊게 만드는 진심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그저 함께 걷는 침묵 속에서 말없이 전해지는 마음의 진동이 로맨스다. 심리학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로맨스는 사랑의 영혼이다. 작은 행위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오늘, 사랑하는 이에게 작지만, 특별한 로맨스를 선물하라. 말 한마디든, 미소 한 조각이든 그 순간이야말로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시간이다. 사랑이 햇살이라면 로맨스는 햇살 위에 부서지는 빛무리다. 사랑이 마음의 뿌리라면 로맨스는 그 위에 핀 작고 찬란한 꽃이다. 사랑이 머무는 관계라면 로맨스는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눈빛의 변화다.


피셔는 로맨스는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하는 생물학적 작용이라고 말한다. 설렘과 기대, 환상과 집중력은 뇌 속에서 화학적으로도 사랑을 더 매혹적이고 몰입감 있게 만든다. 함께한 지 오래된 연인 사이에 로맨스가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사라지게 내버려 둔 결과일 뿐


작은 선물, 뜻밖의 메시지, 예고 없이 불러주는 이름 하나에도 사랑은 다시 반짝일 수 있다. 사랑은 머무는 감정이지만 로맨스는 움직이는 감정이다. 감정이 흔들릴수록 우리는 다시 사랑을 처음처럼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랑은 다시, 마음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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