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것이 행복한 신혼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길거리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라면 신뢰하고 자상하게 따라주던 그가, 갑작스레 기분이 다운되면서 호텔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그녀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이제 결혼했으니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해 마음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빠와 정 반대라고 생각한 이 남자.. 충격 그 잡채였다. 그와의 미래를 떠올려보니 여기서 그만 끝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놔두고 그녀는 혼자 축제 중인 거리로 나섰다. 곳곳에 가면과 분장을 한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큰 소리를 지르며 축제판을 벌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분도 별로였지만, 왠지 혼자 섞이지 못하는 느낌과 함께 살짝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때, 등 뒤로 그가 나타났다. 그는 주변을 연신 살피며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때 아닌 반가움에 그녀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고 같이 마트로 향했다. 치즈와 와인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둘이 와인을 마시며 결혼십계명을 작성했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들을 각자 쓰고 조율해 나갔다.
그 후로, 둘은 다시 또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둘은 이제 십계명이 필요 없는 사이가 되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 어떤 상태인 지 알아차린다.
그는 전날 잠 못 자며 근무를 하고 와서도 그녀의 일터에 직접 태워주기도 하고, 그녀의 일이 끝날 때까지 잠들지 않고 그녀의 잠자리를 따뜻하게 데워주며 기다린다.
그녀 또한 그의 건강과 의식주를 살뜰히 챙기며 그의 안위를 보살핀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스밸브와 전기도 나가기 전 꼭 체크한다.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는 아이들을 그 근처에도 얼씬 못하게 했다.